일사일법 13
벌써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함을 느끼게 한다. 지루하던 여름이 꼬리를 내리고 이제 가을로 접어든 것을 알리는 자연의 신호이다. 어둠이 무르익으면 여명이 가깝고, 겨울의 혹독한 추위가 포근한 봄을 잉태하는 것처럼, 자연의 순환법칙에는 어김이 없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과 삼라만상은 정교한 톱니바퀴처럼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서로 의존관계를 유지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우주의 법칙은 일찍이 부처님께서 밝히신 것처럼, 누가 만든 것이 아니라 이 우주에 항상 그대로 존재하고 있는(法界常住) 것이라니 참으로 오묘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화엄세계란 바로 이런 우주의 법칙이 무리 없이 잘 조화되어 돌아가는 세계인 것이다.
그런데도, 무명에 가린 인간들은 만물의 영장임을 자처하면서 밑도 끝도 없는 탐욕에 자극되어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무턱대고 자연을 훼손하고 산업화를 서둘다 보니, 어느 정도 경제적인 풍요를 누리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 못지않은 혹독한 부산물이 우리 앞에 눈을 부라리며 도사리게 된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지구의 온난화로 인한 기상변화, 환경오염, 오존층 파괴로 인한 과다한 자외선, 지하수계의 오염과 고갈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환경문제가 생물의 생존을 위협할 수준에 접근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인간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에 존재하는 생물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자연은 정복할 수 있는 것이라는 무지한 인간들의 오만한 생각과 절제되지 않은 행동이, 하나뿐인 지구(the only Earth)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땅, 물, 공기, 빛과 여러 식물 및 동물들이 각각 제자리에서 제구실을 하면서 서로 잘 어울림으로써 비로소 행복한 삶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지, 천만금을 쌓아 놓는다 해도 사람만으로는 하루도 살아갈 수 없다. 부처님께서는 잡아함의 연기법경(緣起法經)에서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것이 일어난다”라고 연기법을 말씀하시어 세상만물의 상호 의존관계를 극명하게 밝히셨다. 우리는 부처님께서 밝히신 연기법을 가슴에 새겨, 서로 잘 어울려 모두 행복하게 살도록 정진해야 할 일이다.
____ 일사일법(一事一法)은 학산 이상규 변호사님께서 부처님 말씀을 통해 세상사에 대한 깨달음을 전해주는 난입니다.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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