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성학
바쁘게 다니다가 깜박했다. 어머니는 며칠 전화를 안하거나 찾아 뵙지 못하면 기다리시다가 삐치시는데 그럴 때는 찾아가도 옆으로 앉으셔서 애써 모른척 하시기가 일쑤인가 하면, '바쁜데 에미한테는 뭐하러 오니?'하고 하시며 일부러 안 반가운 척 하신다.
어머니의 마음을 딸이 모를 리가 없고 보면 좋아하시는 선물을 간단히 준비하기도 하고 그간의 바쁜 사정을 말씀드리며 죄송하다고 짐짓 비는 시늉도 한다. 그럴 때 어머니는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네가 그 모양으로 에미 생각을 까맣게 잊고 사는 거냐?"고 비로소 반 분이 풀린 모습으로 가슴에 맺혔던 말을 끄집어 내신다.
우리네 윗 세대인 어머니들이 아들딸들과의 관계에서 의사소통의 방식은 흔히 이렇게 찌거덕 게임으로 시작해서 돌아올 때쯤이면 예전의 '어머니와 아들 딸의 관계'를 얼마쯤 회복하는 식으로 풀어나가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전화로 대화를 하는 방식도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어머니와 자녀 간의 이 같은 '밀고 당기기식'의 관계유지 방식은 자식이 결혼을 하고 함께 살 때보다도 집을 떠났을 때 자식을 위해 희생적인 삶을 살아온 우리 어머니들이 보여주는 묘한 인간관계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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