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그저께 오후부터 저녁까지의 일이었다. 요사이 연락이 뜸하던 석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결혼을 앞두고 한창 바쁘다던 놈이 대뜸 “야, 누구 개 한 마리 모셔갈 사람 없냐?” 하고 다짜고짜 말했다. 결혼 상대자가 그 동안 키우던 강아지인데 놈의 부모님 반대로 집에 데려올 수 없게 되었단다.
그런데 워낙 애지중지하여 고락을 같이 해 오던 놈이라 아는 집으로 보내고 싶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왕이면 단란하고 안정된 곳에서 듬뿍 사랑 받을 수 있고, 넓은 정원을 뛰어다니며 지낼 수 있는 집으로 가게 되었으면 좋겠다니 그 놈은 개인지 상전인지 모를 노릇이었다.
“글세, 그런데가 어디 있을까? 한번 알아보지.”하고 전화를 끊었다.
몇 군데 수소문을 했지만 적당한 자리가 나서지 않았다. 그사이 석훈은 두 시간 동안 서너 번이나 전화를 하며 재촉해대는데 그런 자리가 있으면 차라리 내가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마침 그때 떠오른 사람이 고등학교 동창으로 막역한 기범이었다.
두 달 전에 결혼해서 땅부자인 부모님 덕으로 백여 평은 됨직한 전원 주택에 마누라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친구였다. 아직 아이도 없고 하니 거기라면 안성맞춤이라 싶었다.
“강아지라고? 마누라하나 모시기도 힘든데 무슨 소리냐?” “자식아, 머리를 좀 써라. 권태기에 들어선 것 같다고 그랬지. 이제 다른 활력소를 찾아야 할 때가 온 거라고. 늬집 잔디밭에 포동포동한 하얀 강아지가 뒹글며 재롱피우는 장면을 상상해봐. 둘이 같이 목욕도 시키고, 산책도 나가고 그러다 보면 부부사이 정도 새록새록 솟을 게 아니냐고.” “좋다. 우리 집으로 데려와.”
뜻밖에 일은 쉽게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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