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탁마하는 좋은 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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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탁마하는 좋은 도반
  • 관리자
  • 승인 2007.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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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 좋은 사이 ______도반

조용히 눈을 감는다. 바쁜 일과중에도 틈이 나면 의자에 기대어 책상머리에 놓아둔 염주와 불교서적을 뒤적이며 이내 사색 속으로 침잠해지는 것이 버릇처럼 되었다.

파란 하늘이 보인다. 가을 하늘보다 더 청명한 색깔, 언제부터인지 눈을 감으면 뇌리를 떠나지 않는 맑음,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흡사 잘 익은 도토리알을 까먹고 있던 다람쥐 한 마리가 주위 정적에 놀라 자기가 살던 바위틈 사이로 맑은 가을하늘을 살포시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한다. 상쾌한 바람이 저 대허공으로부터 소올솔 불어 오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따르릉 전화벨 소리에 눈을 뜬다. 최명조 거사다. 일전에 사량도에 계신 성범(性範)스님께 오랜만에 안부전화를 드렸더니 스님은 안 계시고 대신 집을 지키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나와 통화 후 바로 상경한 것이다. 보릿대 모자에 배낭과 등산화, 항시 언제라도 길 떠날 차비가 되어 있는 그의 몸에는 풋풋한 산내음이 배어 있다. 성범 스님과 함께 바다와 산을 번갈아 가며 수행중이란다. 지금 스님은 쌍계사에서 약 5리 정도 들어간 내원골이라는 곳에서 지내는데 인적이 없는 관계로 발가벗고 바위그늘에서 참선하다 더우면 게곡물에 첨벙 뛰어들곤 해도 된다고 했다.

최 거사는 쌍계사 옆 마을, 조용한 차밭 속에 있는 방 세 개의 빈집을 하나 빌려 토굴로 쓰고 있다고 한다. 지리산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씩 입에 오르내리고 하는 금강굴에 계시다는 개운 조사에 대한 전설, 현재 십년째 정진하시며 이따금 하산길에 잠깐 들리고는 한다는 어느스님과 거사분의 수행에 얽힌 이야기, 도를 찾아 소백산을 비롯 전국 여기저기를 떠돌던 자신의 수행담등 끝이 없다.

차 한잔을 마신 후 곧장 떠나 버렸다. 복잡한 서울에 더 이상 머무르고 싶지 않아 남원을 거쳐 구례의 시골장이나 구경하며 천천히 내려 갈 예정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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