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과 차산리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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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과 차산리 무지개
  • 관리자
  • 승인 2007.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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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단처럼 펼쳐진 푸른 잔디밭, 야트막한 구릉 사이로 듬성듬성 꽂힌 깃발들, 그리고 그곳을 마치 신선인 양 유유히 거니는 사람들과 뚫고 날아가는 하얀공…….

아마도 공해와 바쁜 생활에 찌든 도시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꾸어 봄직한 정경입니다. 바로 골프장의 모습이지요.

정말 골프장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들뜨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더욱이 정부에서조차 골프를 대중스포츠로 키우겠노라 법석이고, 텔레비젼서는 한술 더 떠 연일 거의 환상적인 폼으로 ‘스윙’을 하는 골퍼들을 등장시켜 유혹을 해대니 목석이 아닌 바에야 누군들 솔깃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맑은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마신 다음, 한 번 멋지게 골프채를 휘두르는 자기 모습을 연상해보는 것도 기실 무리는 아니지요.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곰곰히 따져 보아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적어도 금수강산이 공해강산이 되었다고 입만 열면 개탄하는 오늘의 시점에서 보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골프, 혹은 골프장이 대관절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골프장하면 저는 문득문득 고려시대 말기에 나타났다는 불가사리를 떠올리게 됩니다. 쇠붙이로 된 것이면 무엇이건 거침없이 삼켜버렸다는 그 괴물. 짐작컨대 그것은 그 시대 상류층의 지칠 줄 모르는 탐욕, 사치, 또는 몰염치의 한 비극적인 상징은 아닐런지요. 결국 고려조는 망가졌고 거기에는 당시 지도층에 있던 우리 불제자들도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게 정설로 되어 있지요.

그건 그렇다치고 골프 이야기 도중에 뜬금없이 불가사리가 왜 나오느냐, 아마도 그렇게 타박하실 분도 혹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 까닭은 자명합니다. 비유컨대 지금 우리 사회에서 골프장이 차지하는 측면이 바로 저 불가사리에 방불하기 때문이지요. 왜냐하면 골프장은 가뜩이나 좁은 국토를 사정없이 갉아먹고 있고, 또 엄청난 인력과 돈을 삼켜버리고 있으며, 더군다나 국민들의 건전한 기풍까지도 오염시키는 짓을 자랑스럽게 해치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골프장 망국론(亡國論)까지 떠돌게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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