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의 대승기신론소 소․별기」완역해낸 은정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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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의 대승기신론소 소․별기」완역해낸 은정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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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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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밝히는 등불들

약속장소로 향하면서, 그리고 학과장실의 문을 두드릴 때까지만 해도 그 방대한 분량의 「대승기신론 소․별기」를 천신만고 끝에 펴낸 은정희 교수는, 공부속에 묻혀 지내느라 사는 일엔 통 게으를 거란 생각을 했었다. 책상 가득, 정리되지 못한 책들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으리라. 어쩌면 원효 스님 이야기 아닌 다른 신변 얘기를 듣기엔 다소 깐깐한 소지가 있을 거라는 그런 상상….

그런 생각에 미치게 된 발단은 물론 기자더러 “한 시간이면 끝나겠지요? 공부할 시간 빼앗길 까봐요”라고 전화로 거듭 묻던 일로부터지만 그 어려운, 원효 큰스님의 소와 별기를 꼼꼼하고 세심하게 완역한 인물이라는 선입감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연구실에 들어서자 그 모든 상상은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연구실에 가득한 전통차의 향기, 그 향기 속에 젖어있는 국악의 산조, 게다가 좁은 연구실의 한 켠은 화원이었다.

어째 연구실 가득 화초 기를 생각을 다했을까? 정갈한 방 한가운데로 저무는 가을 햇살이 내리비추는 가운데 그이의 농익은 학문 이야기, 불교와의 인연 이야길 듣는다.

비범했던 것 같다. 일곱 살에 학교에 들어가 삼학년 일학기에 사학년 이학기로 월반을 한다. 아래위로 바로 남자형제들 틈에서 꾸러기처럼 자라느라 어머니로부터 호된 회초리를 맞곤 했다. 빈방 한구석에 몸을 꾀고 앉아 ‘난 잘못이 없는데, 흑흑’ 눈물을 떨구다가는 ‘내가 결백한 줄은 부처님도 아실꺼야.’ 혼잣말로 중얼거렸고, 그러다가 마침내 ‘내가 부처님이 될 수 없을까?’ 골똘하는 새에 이미 눈물이 말라버렸다.

그 뒤로 그이의 목표는 부처님이 되는 수밖에.

얼마 뒤에 괴도 루팡을 읽다가 한 대목에 걸렸다. 옛 왕비가 앉았을 의자에 거미줄이 쳐져 있다는 구절이었다. 죽음의 문제, 열 살의 소녀에겐 충격이었다.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하다말고 문득, 책상더러 ‘넌 내가 죽은 뒤에도 남아있겠구나’ 화창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내가 없어도 세상은 변함이 없겠지’ 어느 날은 문득 ‘잠들었다가 일어나지 못하면 어쩌나’ 싶어 뜬눈으로 밤을 지새기도 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죽음에 대한 절망감 속에서 ‘죽으면 어떻게 될까, 그러려면 태어나지나 말지’하던 차에 ‘그렇담 사는 동안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래 후회없이 살아야해… 죽음도 두렵지 않을 만큼…’하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돌이켜 보건대 그이의 삶에 대한 진지함은 그때부터 엿보이는 것 같다. 불교적 깨우침과 일맥상통하는 이 일련의 과정은.

원효 스님에 대한 끝없는 애정과 학문적 성실성으로 결실을 맺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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