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태양을 보던 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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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태양을 보던 날(1)
  • 관리자
  • 승인 2007.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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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수기

󰊱 이렁 저렁 20년

불법에 대하여 조그만치나 이해가 되고 있는 요즈음에서 볼 때 저는 참으로 좋은 인연에 쌓여서 태어나고 성장했던 것을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어머니가 깊은 믿음으로 생활하셨는데 어머니의 염불소리는 저의 자장가가 되어 저를 잠재우고 저를 키워 주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언제부터인지 절에 따라 다녔고 장엄염불을 곧잘 외웠던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몹시도 앓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지성으로 염불해 주신 공덕이었는지 꿈에 스님을 보고난 후부터 회복되었습니다. 이런 일들은 그 후에도 있어서 병이나 그밖에 어려운 일 만났을 때 꿈속에서 연꽃을 보던지 연밥을 먹어 보던지 하면 으레 병이 낫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것들은 모두가 어려서부터 겪었던 것으로 특별히 신앙이니 종교이니 하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지냈습니다. 성장하면서 학교를 다니고 책을 읽고 학문을 대하면서부터는 어느듯 불교는 잊고 있었습니다.

불교하면 형이하학적인 그러면서 미신적인 것으로 생각되어 갔습니다. 오랜 동안 함께 해 온 것으로 여겨지면서도 그것은 아주 어둡고 낡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주변을 돌아보아도 불교 믿는 사람 대개가 복을 구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서 반감같은 것도 있었습니다. 천박스럽게 까지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도 한편에 절에 가면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마치 오래 전에 떠나온 고향에 찾아든 듯한 편안함이 저를 이끌어 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도 종교의 필요성을 별반 느끼지 못했고, 성장하면서 기독교를 신앙하는 학교에 다니게 되니 저들의 신․구약을 배우고 매주 의무적으로 교회에 나가 예배에 참석하였고 기독교와 비교사상의 강론을 들으면서 조금씩은 기독교적인 신앙에 젖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에 가슴 깊은 곳에 표현할 수 없는 미흡감은 떠나지 않았습니다. 특히 인간의 능력, 존엄성을 인정하는 듯 하면서도 끝내는 신의 종으로 전락시키는 무력한 종교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교회도 1년쯤 다니다 그만 두고 말았습니다. 그 후 부터는 일년에 한 두 번씩 그저 고향에 찾아간 것처럼 조금은 진부한 느낌이 드는 절에 친정어머니를 따라 가서는 지루한 염불소리 듣고 밥은 맛있게 먹고… 그런 것으로 불교 믿는다는 흉내를 내기를 이렁저렁 20년이 흘러 갔습니다. 그 사이에 법문이라고는 한 번도 못들었고―.

󰊲 행원발원문을 만난 감력

그러던 중 지난 1981년 4월 초파일날,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 들어 가까운 봉은사를 찾아 갔습니다. 그런데 법당에 들어서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저는 마음속에 되뇌었습니다. 󰡔부처님 이제는 절을 할 수 없습니다. 언젠가 절할 수 있는 날 참불자가 되어 오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는 나와 버렸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 때는 종교니 인생이니에 대하여 이런 말 저런 말을 했지만 실상 저의 정신은 비어 있었습니다. 혼이 외롭게 흔들리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누가 와서 󰡔불교가 뭐지요?󰡕 하고 물으면 그저 어물어물 󰡔심오한 동양철학이지요󰡕 하던 말도 쑥 들어가 버렸습니다. 󰡔나는 종교 몰라! 종교 안믿어! 나 자신을 믿고 사는 거야. 바른 가치관 확립시켜 가면서 이웃과 아픔을 나누어 가며 나라와 세계의 책임까지 짊어지는 자세로 살아간다면 됐지! 뭐 종교 왜 필요해―󰡕하고 반항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방황과 고집이 섞인 절규였을 것입니다. 그러한 심정으로 저는 용케도 한 해 두 해를 넘겨 갔습니다.

83년 여름입니다. 친정 어머니께서 녹음테이프를 하나 주시면서 󰡔너도 이제부터 아침마다 천수경을 외고 기도해라.󰡕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 계시는 동안 한 번도 듣지 않고 지냈는데 며칠 계시다 가시면서 또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에 참 좋은 것이 있다. 그러니 생각나면 들어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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