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하타 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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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하타 비구
  • 관리자
  • 승인 2007.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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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이야기

 기타 숲 속에 절이 있었다. 소위 기원정사(Tetavana-Vihara)라는 것이다. 묘하게도 부처님과 생일이 같으시고 세존의 성도일에 왕위에 올랐다는 파사익왕의 태자 기타가 부처님께 시주한 절이다. 그리고 파사익왕께서 선정을 베풀던 나라가 코사라이고 그 서울이 사위성이다.

 이 사위성에 점잖은 가문의 아들이 하나 있었다. 어느날, 그는 잃어버린 소를 찾아 숲속을 헤매고 있었다.

 정오가 거의 되어서야 소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소를 찾고나니 이번에야말로 더욱 헤매고 지치게 되었다. 소를 찾고 한숨을 돌리고 나니 갈증에 목이 타고 허기에 주려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그때 마침 숲 속의 한 절을 만나 찾아들었다. 그리하여 스님들께 예배하고 공양을 받아 기갈을 면할 수 있었다. 그제야 정갈한 숲 속의 수도원에 앉아 있는 자신이 무척이나 편안함을 알아챘다. 몸과 마음이 함께 그렇게 편한 적이 없었다. 여기 저기 눈가는대로 살폈다. 그리고는 가지가지 생각이 일었다. 「여기서는 아무도 일을 하지 않는구나. 소를 찾아 헤매지도 않고 못찾아 애태우지도 않는구나. 먹는 것도 편안해 보이고 더없이 편안한 사람들만의 편안한 곳이구나. 이런 곳이 절이구나.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여기에 계시나 보다.」

 생각이 이렇게 이어지자 문득 그도 출가를 하고파졌다.

 세상만사 젖혀버리고 배불리 먹고 마음은 한가하니 살도 쪘다. 정말 미증유로다. 이런 일도 있구나하는 사이에 세월도 흘렀다. 이제는 한가함에 찌들어 허해지고 짜증이 일고 욕정도 꿈쩍댄다. 아니 되겠구나, 걸린 명대로 돌아가서 살아야 하겠도다. 그리하여 그는 환속을 했다.

 욕락에 홀리고 분탕질주하여 세속생활에 기갈이 차고 지쳐 그는 다시 출가하고, 환속하기를 여러차례 승속간에 드나들기를 손 뒤집듯 마음가는데로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비구니들간에 이름 보다는 별명으로 통하는 명물이 되었다. 「자타하타」는 그의 욕된 별명이라. 우리말로「손마음」이라 할까, 쉽게 뒤집는 손처럼 쉽게 뒤집히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손객이 드나들 듯 변덕스레 드나드는 마음을 지닌 녀석」이라 풀이해도 좋겠다.

 자타하타가 여섯 번째로 숲속에서 돌아왔을 때 그의 처는 임신중이었다. 마침 그가 첫눈에 보게 된 것은 야위어 볼품없고 주름살로 그어지고 시들해진 얼굴의 여인, 그나마 단정하지 못한 몸매로 벌렁 누워있는 임부, 시름한 표정으로 멍하니 올려다 보고만 있는 자기의 부인이었다.

 애띤 얼굴의 단아한 여인, 기다림이 애틋한 반가움의 부인-그러한 자타하타의 집착이 뚝 소리를 내며 끊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는 또 한 차례 마음을 뒤집어 그대로 발길을 돌리고야 말았다.

 자타하타의 결의를 분명히 읽은 그의 장모는 딸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러나 그 부인은 이미 남편의 변덕스런 무상함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심지에 동요됨이 없이 태평할 수 있었고 안온할 따름이었다.

 한편 자타하타는 그 걸음으로 숲속에 이르기전에 수라함(sakridagami)의 도를 얻었다. 그러나 절에 도착하여 출가를 청했을 때 그는 거절당하고 말았다. 갈대같은 그의 마음 밥먹듯 거듭하는 입산과 퇴속을 잘 알고 보아온 비구들이었기 떄문이다. 그러나 자타하타는 끝내 승낙을 얻어 잡부로나마 절에 머물게 되었다. 그리고는 며칠 뒤에 아라한의 도를 성취하고는 「이제사 나는 세속을 떠났다. 다시는 퇴속이 있을 수 없다.」고 큰 소리 했다.

 그러나 저간의 사정을 알 턱 없는 비구들은 부처님께 가서 자타하타의 일을 걱정했다.

 마음이 안정되지 아니하고

 진리를 알지 못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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