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밝히는 등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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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밝히는 등불들
  • 관리자
  • 승인 2007.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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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4월 2일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불교계는 물론 우리 민족문화에 있어서도 커다란 의미가 있는 행사가 치러진다. 우리 전통문화의 대종(大宗)인 불교에 있어서도 가히 정화(精華)라 할 만한 경전 “화엄경”의 총결 부분, ‘보현행원품’이 우리 고유ㅇ의 악기로 구성된 국악관현악의 고운 선율에 실려, 450여명의 남녀 합창단이 엮어내는 웅장한 화음으로 오늘을 사는 모든 불자의 가슴속에서 다시 발현되기 때문이다.

‘창작국악교성곡 『보현행원송』발표회’ 이 뜻깊고 거대한 서원(誓願)의 주체가 누구 한 사람일 수만은 없다. 하지만 아마도 이 행사를 통하여 자신의 나가갈 바를 거듭 확인하고,

본래 자기의 진실면목을 크게 깨달으며, 이 서원의 장(場) 중심에 서서 추호의 흐트러짐 없을 한 사람을 곱는다면 바로 『보현행원송』의 작곡자 청암 박 범훈 교수일 것이다.

작곡가 박 범훈, 그는 이제 불교계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나이 20을 갓 넘어서던 60년대 후반부터 그는 서양음에 익숙해버린 우리의 음악풍토 속에서 전통의 민족 음악을 찾아 일궈내는 일로 매진해 왔기에, 자연스레 불교의 사상과 의식에 젖어들었을 것이다.

그가 불교사상이 담긴 곡을 쓴 것은 73년 『사(死)의 승무』가 처음이었다. 이후 88년 서울올림픽을 맞이하여 “하얀 초상”을 작곡한 후에는 『아제아제』 『붓다』등을 계속 발표하며 점점 불교의 심오한 사상 속으로 경도되는 모습을 보인다.

“올림픽을 기념하여 이차돈의 일생을 주제로 한 『하얀 초상』이라는 곡을 써서 노래할 만한 합창단을 찾았습니다. 충분히 연습된 기존의 일반 합창단들은 짙은 종교색 때문에 함께 공연하길 꺼리고, 마땅한 합창단을 고르지 못했을 때인데 후배중에 하나인 박재완씨가 불광사 합창단을 소개해 주더군요. 짧은 시간 함께 연습하고 공연을 했습니다. 대성공이었지요. 큰 감동을 받았어요. 합창을 한 것이 아니라 함께 울었다고 표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합창 덕분에 불광사도 알게 되었고 큰스님도 뵈었습니다. 그리고 평생 잊지 못할 ‘청암’이란 법명도 얻었지요.”

그에게 있어 불교 속으로 차츰 빠져드는 계기가 된 것이 이 『하얀 초상』이었지만 그의 독특한 민족음악론은 다분히 불교적 내용을 이미 내포하고 있는 듯했다. 그에 의하면 민족 음악은 불교적 전통과 더불어 발전하고 쇠퇴했다고 본다. 즉, 오 천년 민족전통 속에서 자랑꺼리로 내놓을 만한 것이 모두 불교적인 문화유산뿐이듯 음악도 알게 모르게 불교의 영향하에 이어져, 내려 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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