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져라 목탁소리여! 부처님의 자비여, 해탈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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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져라 목탁소리여! 부처님의 자비여, 해탈이여
  • 관리자
  • 승인 2007.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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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생활 속의 불교수행/ 나눔

어느 날 갑자기 ‘선녀와 나무꾼’의 주인공이 되어 막 오십을 넘긴 지천명의 나이에 ‘랑’은 나를 만났다. 즉 지천명이 되어 ‘부처님의 은혜를 받고, 부처님의 명을 알아’ 선녀를 모시는지, 관리하는지, 동행하는지 하는 대박의 행운을 거머쥐어 나를 아내로 맞게 된 사람이 지금의 내 남편이다. 내 나무꾼 곧 내 신랑은, 산전수전, 공중전 다 치르고 쓴맛, 신맛, 떫은맛 다 맛본 후 알짜배기(?), 암튼 알짜배기 나를 하늘로부터 선사 받았으니 그 기분이 어땠을까? 부처님 권속의 하나이니 세속의 해탈쯤으로 여겼을 것인가? 그럼 아내인 나는 선녀인가! 스스로를 선녀로 칭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눈을 반쯤 뜨고 흘길 경우도 계실 것이기에, 내가 불출의 허물을 감수하면서도 쑥스럽게 나 자신을 선녀로 칭하게 된 이유는, 순전히 내 낭군의 책임임을 밝혀두며 오만의 죄를 피하고자 한다.

법화경 사경으로 선녀 같은 마누라를 만나고

사연인즉, 내 나무꾼이 다니는 절에서 법화경 사경을 하면 원(願)이 이루어진다는 스님의 말씀을 듣고, “부처님이시여! 제발 지발 선녀 같은 아내 하나 점지해 주십사” 발원하며 법화경 사경을 시작했다고 한다. 한 자 쓰고 ‘좋은 마누라’, 두 자 쓰고 ‘보살 같은 마누라’, 석 자 쓰고 ‘선녀 같은 마누라’ 하며 법화경 사경탑을 세 바퀴 돌고 난 후 그는 나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데…. 이런 말을 할 때면 내 낭군이 꼭 소년 같다. 얼굴에 홍조를 띄니 신선의 경계에서 노는 늙지 않는 뭐라든가 하는 과일을 따먹은 사람 같다. 아주 몰래….

우리 낭군이 보는 법화경은, 단락마다 맨 처음은 한글, 가운데는 한문, 끝은 영어로 되어있다. 이런 법화경을 구해서, 한글·한문·영어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쓰며 사경을 했다고 하는데, 바쁜 직장 일에 마당발에, 모르는 것 없고 모르는 사람 없는 솜씨로 틈을 내 법화경 사경을 했다니. 나 같은 사람의 능력으로 볼 때는 그 노력이 참으로 가상타 아니 할 수 없다. 암튼 그렇게 해서 나와 웨딩 양탄자 위를 날아, 지금은 강남 봉은사에서 들려오는 새벽 종소리를 한 침대에서 듣게 되었다.

이렇게 부처님이 점지해준, 법화경 사경 공덕의 선물이 나이니, 내가 불국토에서 내려온 그 무엇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니 과히 크게 자만을 허물하지 마시라고, 주책없이 나를 한번 띄우며 넉살을 떨어보지만, 실상은 부족하고 모자라기 짝이 없는 사람이 나다. 다만 남편이 손잡아 끄는 격려와 희망의 언어들로 새 용기를 얻고 새살림을 꾸려가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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