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촌 다락방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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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촌 다락방에선…
  • 관리자
  • 승인 2007.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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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손길

서울 노원구와 경기도 남양주의 경계에 바위로 우뚝 솟은 불암산(佛巖山)이 있다. 불암산은 그 형상이 마치 송낙(소나무겨우살이로 엮은 비구니스님이 쓰던 모자)을 쓴 부처님의 모습과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부처님을 닮은 바위산은 깊어가는 가을의 투명한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들여 더욱 기품을 뽐내고 있었지만,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산 아랫마을 ‘희망촌’의 풍경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서울에 아직도 이런 곳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70년대의 낙후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희망촌의 남루함은 이곳 주민들이 겪을 불편과 고통을 느끼기에 앞서 신기로움마저 들게 했다. 자동차는커녕 두 사람이 같이 걷기에도 힘든 비좁은 비탈길을 올라 낡은 섀시문을 두드리자, 허름한 운동복 차림의 김종오(72세) 할아버지가 작은 문을 빠끔히 열고 내다보신다.

문을 열자 바로 좁고 음침한 부엌이고, 허리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두 평 남짓한 방이 붙어있다. 쾌쾌한 냄새가 풍기는 방안은 옷가지와 이불, 약봉지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어, 차라리 우중충했던 바깥 골목이 더 쾌적하게 느껴진다. 없던 병도 생길 것 같은 열악한 환경이다. 안 그래도 할아버지의 몸은 성한 곳이 별로 없다.

“내 몸뚱어리는 이미 유통기한이 지난 지 오래예요. 특히 심장이 안 좋아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어지러워 병원에도 못갈 지경입니다.”

뿐만 아니다. 1년 내내 천식과 기침을 달고 사는 데다, 이까지 몇 개 안 남아 음식을 씹지 못해 늘 소화불량과 위장병에 시달리고 있다. 병원비 때문에 제대로 검사 한번 못 받아봤지만 아무래도 큰 병이 도사리고 있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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