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분명히 내생에 훨씬 뛰어난 것을 만드는 인(因)이 된다
상태바
공부는 분명히 내생에 훨씬 뛰어난 것을 만드는 인(因)이 된다
  • 관리자
  • 승인 2007.10.0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시 뵙고 싶은 큰스님/탄허(呑虛) 스님

탄허택성 |스님의 속명은 김금택(金金宅)이요, 탄허는 법호이며 법명은 택성(宅成)이다. 1913년 전라북도 김제군에서 독립운동가인 김홍규 선생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14세에 유학의 제 경전을 두루 섭렵, 15세에 기호학파 최익현 계통의 대유(大儒) 이극종(李克鍾) 문하에서 노장사상과 제자백가를 배웠다. 그래도 인생과 우주의 근원적 궁금증을 풀 길 없어 한암 선사와 서신문답을 주고받은 뒤 1934년 오대산 상원사에서 한암 선사를 은사로 출가하였다. 이후 한암 선사의 지도를 받으며 3년간 묵언 정진 수행, 15년 동안 오대산 동구 밖을 나오지 않고 수행, 화엄경을 읽다가 대오 각성하였다.

오대산 월정사 조실과 오대산 연수원장으로 스님들을 지도했고, 또 1964년부터 1971년까지 동국대학교 대학선원 원장을 지냈다. 1967년 조계종 초대 중앙역경원장을역임하였다. 화엄경 역경불사에 뜻을 두어 10여 년 만에 200자 원고지 6만여 장 분량에 달한 원고를 탈고하였고, 드디어 1975년 ‘현토역해 신화엄경합론(新華嚴經合論)’이라는 제목으로 47권의 결실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신화엄경합론을 비롯하여 능엄경·금강경·원각경 등 전통 강원의 교재들이 거의 모두 탄허 스님의 손을 거쳐 번역되고 출간됐다. 또한 팔만대장경의 한글화 작업에 투신, 『한글대장경』을 간행하였다. 1983년 월정사 방산굴에서 세수 71세, 법랍 49세로 입적, 불전 역경과 후학 양성을 통해 불교교육의 주춧돌을 놓은 공로로 인촌문화상을 수상했으며, 입적 후 국가로부터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부처님이 계신다면』, 『방산굴법어』, 『탄허강설집』, 『탄허 선사의 선교관』 등이 출간되었다.

이즈음 전 세계적인 한류 열풍,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탄허 스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1980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미래는 지금의 고통이 씨가 되어 좋은 미래가 보장되어 있으며, 그것은 어린아이들의 얼굴에도 쓰여져 있다.”고 하셨는데, 그 예언처럼 되어가는 것 같아서, 또 한편으론 유불선(儒佛仙) 삼교에 두루 통달하셨고, 특히 화엄학에 조예가 깊으셨던 탄허 스님의 수많은 가르침 가운데 유독 그 영원을 내다보는 예지(叡智)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던 것 같아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세인들을 놀라게 한 스님의 예지력(6·25동란, 삼척·울진 공비침투 사건, 미국의 월남전 패배, 박정희 대통령과 마오쩌뚱의 사망, 광주 민주화 운동 등) 은 치열한 공부와 수행력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천재 소리를 듣던 스님은 “사서삼경을 줄줄 외웠습니다.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책을 통째로 외워댈 수 있어요.”라는 회고처럼 피나게 공부하면서도 늘 진리에 목말라했다. 마침내 당대 최고의 선지식인 한암 스님과 3년 간 서신을 주고받던 끝에 한암 스님을 찾아뵈었고, 처음에는 잠시 머물고자 하였으나 점차 불교의 깊은 사상에 매료되어 출가하게 된 것이다.(한암 스님은 사미계를 받은 지 1년 6개월밖에 안 된 탄허 스님에게 수련소 조교 임무를 맡겼으며, “탄허가 학식과 문필이 나보다 천만 억 배나 낫다.”며 총애했다.) “이력을 칠년 보고 나서 그 뒤에 노장사상을 다시 한 번 보니 풀어졌어. 유교와 도교, 불교 사이에서 노장사상이 자득이 된 것이지. 그 전에는 안 풀려.”라는 스님의 말씀, 즉 수행과 불교경전공부를 통해 유불선 삼교를 회통시킨 점에 주목해야 하고, 스님께서 오대산 수련소 등을 개설하는 등 열정적으로 후학 양성(혜거, 각성, 무비, 통광 스님 등이 다 스님의 제자이고, 함석헌, 양주동 선생 등도 스님께 장자강의를 들었다.)과 역경 불사에 힘쓰는 한편 각처의 대중강연에 활발히 참여하신 뜻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결단하고 승려가 되었으면 모름지기 공부에 충실해야 합니다. 우선 문리가 트이게 되니 불교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요, 또 동양 삼교가 대립이 아닌 대화로 융화될 수 있을 것이니 불교는 평화를 구축하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누구든지 배울 수 있는 불교 교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절 집안의 몇 사람을 위하는 것이 아니고 그럼 무엇이냐? 삼천만 오천만 국민의 교재로 성인의 말씀을 채택하자는 겁니다.”

남북 화해 분위기,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보급률, 메모리 칩 생산… 오늘날 이 땅의 최첨단 정보통신의 발달이야말로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한 티끌 공간 속에 온 우주가 들어가고)의 화엄사상의 발현이요, 스님의 희망찬 예언이 구현되는 증거일진대, 스님이 그리워 법어집 『방산굴』에서 그 사상의 편린이나마 옮겨 보았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