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갑자기 눈물이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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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갑자기 눈물이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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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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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손길

지난 해 말 현재 우리나라 땅 부자 상위 1%가 전체 사유지의 절반 이상(51.5%)을 소유했으며, 땅 부자 상위 5%가 전체 사유지의 82.7%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접하면서 끝모를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살려고 발버둥쳐도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 사람들에겐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갈수록 커지는 빈부격차 앞에서 열등감과 무력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경림 시인은 시 ‘파장(罷場)’에서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라고 절창했다. 그나마 서로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보면서 위안을 얻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얼마 전 68세의 한 택시기사가 승객이 두고 내린 전셋돈 6,000만원이 든 가방을 고스란히 되돌려주고도 사례비를 일체 마다한 미담(美談)이 전해졌다. 40년이 넘게 운전대를 잡아온,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에도 정직하고 순수하게 살려고 노력한 그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희망을 읽어본다.

혼자 힘만으로 견뎌내기엔 너무도 벅찬 삶이 있다. 고생도, 고생도, 이런 고생이 없다. 이순례(43세) 씨는 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손에서 일이 떠나질 않았다. 돈을 벌기 위해 무작정 상경해 봉제공장의 시다로 일했다. 좁은 다락방에서 기거하며,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희미한 형광불빛 아래서 각성제를 먹으며 철야작업을 수시로 하곤 했다.

“몸이 약해 코피도 참 많이 흘렸지요. 그래도 그 때가 행복했어요. 적으나마 부모님에게 돈을 붙여드릴 수 있었고, 어쨌거나 이전보다는 잘 살 수 있으리라는 꿈이 있었거든요.”

그러나 그 꿈은 단지 꿈에 불과했다. 못 배우고 가난한 사람에게는 후미진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죽을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살기 위한 필수조건이었다. 애를 쓰면 쓸수록 건강이 악화되고 헤어나올 수 없는 깊숙한 구렁텅이에 빠져드는 것 같았다. 심신은 지칠 대로 지쳐 자꾸만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만 더해 갔다. 그 무렵 한 남자를 알게 되었고, 서로를 의지처로 삼아 결혼에 이르게 되었다.

“돈에 구애없이 서로 위해주며 알콩달콩 잘 살자고 약속했는데, 아이가 태어나면서 경제적으로 너무 쪼들리니까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자주 다투게 됐어요. 아이가 5살 때부터는 새벽 5시에 아이를 놀이방에 맡기고 남편과 함께 노동일을 하러 다녔습니다. 일이 워낙 힘들다보니 부부 사이에 말도 없어지고 점점 관계도 멀어지더군요. 아이는 아이대로 스트레스를 받는지 자다가 오줌 싸는 일이 많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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