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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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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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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월 스님의 원각경 강의

을유년 설날을 즈음하여 『원각경』 공부를 시작하게 되니, 시절은 입춘을 지나 봄의 문턱을 넘어섰고, 바야흐로 온 세상의 모든 생명들이 새로운 기분으로 마음과 살림살이를 가다듬으며 희망을 드높이 활동을 개시하는 때인지라, 자연히 분위기에 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금년은 닭의 해로 불리는데, 닭은 새벽을 알리는 기특한 동물로서 어두움 속에서 잠든 이들을 일깨우며 밝은 날에 새 삶을 살도록 이끌어주는 선구적 역할을 하는 특징이 있다. 그러한 닭의 역할과 상징성을 인간사회 종교계에 견주어 보면, 어리석음의 무명을 깨치고 지혜 광명 속으로 대중을 선도하는 불교적 선지식 혹은 선구자를 지목할 수 있겠다. 『원각경』도 수많은 경전 가운데 온전한 깨침을 선도하는 대표적 역할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성도절을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에, 부처님의 완전한 깨침을 새삼 기리며, 그 분의 원만한 깨침에서 비롯된 이 『원각경』의 뜻을 되새기면서 우리 모두 밝고 완전한 삶을 지향 추구하는 계기를 가져보도록 하자.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如是我聞)

전통적 불교 경전의 짜임새를 크게 나누어 보면, 먼저 서분(序分)으로서 그 경의 설법 배경과 인연을 적고, 이어서 본분(本分)으로 그 경의 가르침을 밝힌 후, 마지막 유통분(流通分)으로서 그 경이 세상에 널리 펼쳐지게 되는 계기를 보이며 마무리하고 있다. 『원각경』도 그 틀에 맞추어져 있고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으므로, 여기서도 그 순서에 따라 이번에는 그 서분을 음미해 보자.

대부분의 전통경전 서두에는,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如是我聞)”라는 말로 시작된다. 여기서 ‘나’는 부처님을 늘 가장 가까이에서 모시며 설법을 기억했던 아난(阿難, Ananda) 존자를 가리킨다. 부처님이 돌아가신 후, 제자들이 모여 스승의 가르침을 모아 정리할 때에, 아난이 기억한 설법을 외우면 대중들이 모두 틀림없는지 그 올바름을 검증 인정하여 유통의 모범을 삼게 하였다.

그 후 시대의 변천으로 그 가르침들이 문자로 기록되어 경전으로서의 권위를 보이게 되면서, 모든 경전은 이 글귀로 시작하는 전통이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이는 아난의 정직한 고백을 전제함으로써 그 가르침이 바로 부처님의 말씀이라는 공신력을 부여하는 방법이며, 우리가 그렇게 믿고 따를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게 해주는 것이다. 『원각경』도 그렇게 시작하고 있으며, 우리들은 이 경을 부처님의 가르침으로서 존중하며 배워야 한다.

나아가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는 말 가운데 ‘나’를 아난 대신 우리 각자의 주체적인 ‘나’로 생각하고, 뒤에 다룰 본분의 가르침을 우리 자신이 부처님으로부터 직접 듣는 것처럼 여기며 신심을 낼 뿐만 아니라, 각자가 듣고 배우며 깨친 것들을 이웃들에게 널리 전할 수도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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