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류산 동남쪽이 천하에 좋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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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류산 동남쪽이 천하에 좋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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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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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가 깃든 산사기행 /월아산(月牙山) 청곡사(靑谷寺)

지도 위를 걸었다. 검지 끝을 따라 낯선 산, 외딴 절 앞에 멈추어 서서는 망설이기를 몇 번, 먼 길을 물어물어 찾아 떠났다. 때로는 목을 젖히고 쳐다보아야 할 만큼 커다란 지도 앞에 서기도 했는데 나무뿌리처럼 줄기차게 이어진 산줄기들을 마음속에 그려 보는 것이 언제나 그 처음 일이었다.

그리고 나면 얼마 후 지도 위에 있던 그 산과 절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도 위에 지도를 그리는 일, 돌이켜 보면 참으로 행복한 날들이었다. 그 산천과 정갈한 방을 내주신 스님들, 그 속에 깃든 부처님께 두 손 모아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다시 옛지도(대동여지도)를 들여다본다. 월아산(月牙山, 471m)은 남강 변에 홀로 우뚝한 산처럼 보인다. 실제로 월아산의 장군대봉(482m)에서 내려다보면 이 산기슭을 빙 돌아 진주 시내로 흘러가는 남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한쪽으로는 야트막한 산들을 감아도는 고속도로와 산과 산을 잇는 고개가 아스라이 이어진다.

그 남녘에 천년 고찰 청곡사(靑谷寺)가 앉아 있다. 고려 말의 목은(牧隱)은 “두류산 동남쪽이 천하에 좋다더니 청곡이 거기 있어 진양을 둘렀구나.”로 시작하는 시를 지어 보내 청곡사의 아름다움을 칭송하였다고. 여러 기둥 사이에 걸어 둔 그 시귀가 300여 년이나 전해졌다 하니 그 풍광이 예사롭지 않았나 보다.

일주문을 지나 방학교(放鶴橋)를 건넌다. 가문 날씨 때문인지 푸르러야 할 계곡이 바짝 말라 있다. 그 위에 또 학을 부른다는 누각(喚鶴樓)이 서 있으니 청곡사의 첫 인상은 푸른 계곡보다 학이 먼저일 듯싶다.

전설에 의하면 진주 남강변에서 푸른 학이 이곳으로 날아와 앉으니 도선 국사가 성스러운 기운이 충만한 곳임을 알고 절터를 잡았다고 한다. 그 때가 신라 헌강왕 5년(879)이라고 하니 곧 청곡사의 창건시기이다. 학이 내려앉은 다리 방학교는 바로 이런 전설에 귀기울여보라는 뜻이리라.

환학루 아래를 통해 절마당에 들어서니 대웅전과 푸른 대숲, 그 너머 절을 감싸 안은 듯한 월아산의 부드러운 산세가 과연 도선 국사의 창건설에 기댈 만한 곳임을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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