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단. 그 향기로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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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단. 그 향기로운 세상
  • 관리자
  • 승인 2007.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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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가 깃든 산사 기행/경산 팔공산 환성사

이때 쯤이면 어디든 무성하게 타고 올라와 샛노란 빛깔을 뽐낼 호박꽃이 장마비에 풀죽은 모습이다. 기후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더니 텃밭의 고춧대며 콩대가 힘없이 쓰러져 있다. ‘서울’이라는 큰 도시 위주로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그 변화의 기척이 들리는가 싶다. 그래도 이 비 그치고 나면 들녘은 다시금 농부님네의 바쁜 손길이 닿아 땀으로 흠뻑 젖으리라.

장맛비 속의 남녘, 경산(慶山) 나들목에서 하양(河陽)을 향한다. 어둔 길눈 탓에 몇 번을 멈칫한다. 그 때마다 정겨운 사투리에 묻어나는 친절한 길안내가 마음을 다독여준다.

환성사(環城寺, 053-852-6561) 이정표가 나타나고 ‘환성로’ 좁은 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는데 그 끝에 빗속에서도 환하게 트인 너른 터가 나타난다. 절을 성처럼 둘러싼 산들의 모습이 마치 고리(環)와 같다 하여 환성사라 이름하였다더니…. 조금 전의 우중충함과는 딴판이다. 앞서의 근심걱정이 한순간 꼬리를 감춘다.

“인과응보를 믿겠습니다. 10선을 닦겠습니다. 기필코 성불하겠습니다.”

사람 키보다도 훨씬 큰 사각, 팔각의 돌기둥이 나란히 서 있는 풀밭 한쪽에 안내판도 아닌 ‘일주문에서의 마음가짐’이라는 조그만 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옛 일주문의 돌기둥임을 짐작할 수 있다. 범어사 일주문의 그것에 비해 날렵하고 건봉사의 불이문과는 다르게 4각, 8각의 늘씬한 돌기둥이기에 그 옛 모습이 여간 아름답지 않았으리라 상상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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