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로 된 미국 불교 역사’의 번역을 마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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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로 된 미국 불교 역사’의 번역을 마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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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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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징검다리장님의 코끼리 만지기

그 동안 나는 약 1년 반에 걸쳐 뉴욕에서 발행하는 불교 월간 잡지, 「미주현대불교」 에 「백조가 호수에 오게 된 이야기(How The Swans Came to the Lake, 1993년 삼발라 출판사 간행, 세 번째 교정판)」 의 번역을 맡아 연재하고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은, 티벳의 카르마 카그유 파(派) 종정 16대 카르마파 성하(聖下)가 1974년 9월 미국에 와서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 미국에 왜 왔는가? 하는 물음에 “부처님께서 제 앞에 가셨어요. 호수가 있는 곳에 백조는 가게 마련이지요,” 라고 응답한 데서 비롯된 듯하다. ‘이야기로 된 미국 불교 역사(A Narrative History of Buddhism in America)’라는 부(副) 제목이 달려있는 이 책의 저자 릭 휠즈(Rick Fields)는 미국의 유명한 불교잡지 「트라이씨클(Tricycle)」의 편집자였으며 다른 저서도 여러 권 있다고 한다.

주간지 「타임」이 1997년 10월 13일자에서 불교를 특집으로 다루었을 때, 이 책이 여러 번 인용된 것으로 미루어 미국 불교 역사에 관한 좋은 참고서인 듯하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그리고도 합당한 어휘를 찾지 못하여 한글대사전까지 뒤적이면서, 청교도들이 세운 이 기독교 나라에 어떻게 불교가 씨를 뿌리게 되었는지 조금씩, 희미하게 알기 시작하였다. 일견 무질서하고 무절제하며 물질만능주의의 물결 속에 휩쓸려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던 미국에서 영성(靈性)의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사람들이 사회 전반에 걸쳐 있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더구나 그들의 전통과는 전혀 다른 동양 사상에 기꺼이 마음의 문을 열고 실제로 그 사상이 요구하는 수행을 감당하였다는 것 또한 놀라운 일이었다. 그보다 더 놀랍고 감동적인 것은, 그들이 불교를 배우고 수행함에 있어서, 오랜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미국식 불교를 형성하여 나갔다는 것이다.

2002년 4월호로 번역이 완료된 지금 미국 불교의 특이성에 대해 간추려 정리하여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다만 그 ‘특이함’이라는 표현은 나의 주관적인 소견이므로 아래의 글에서 그 점이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그런 뜻으로 이해하여 줄 것을 당부드린다.

재가(在家)불자

가장 포괄적이며 두드러진 미국 불교의 특성은 재가불자들이 불교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대학생, 회계원, 체육인, 배우, 심리학자, 가정주부 등등, 사회의 각계 각처에서 활동하던 미국인들은 불교에 대해 좀 더 깊게, 단계적으로 알기를 원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직장이나 학교나 가정을 떠나 절로 들어가지 않았다.

생계의 책임이 없는 소수의 대학생들을 제외하고는, 그들이 사는 비좁은 아파트의 거실에서, 동료들이 퇴근한 뒤 사무실에서, 쇼핑 센터에 있는 가게문을 닫은 뒤에, 허름한 창고를 조금 손질한 곳에서, 그들에게 허용된 장소라면 어디든지 가리지 않고 모이기 시작하였다. 마땅한 지도자가 없었으므로 그들은 그들보다 앞서 불교를 알게 되어 수행 과정을 거친 사람들을 선생으로 모시고 수련하였다.

예를 들자면, 타르탕 툴크는 티벳불교에 입문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티벳에서 하는 식으로 만 배(萬拜) 하는 것을 권하였고, 미국인들은 그의 요구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만 배를 할 수 있는 수련장소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을 자유롭게 떼어낼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다. 직장에 다니고 수업을 받고 아이들을 기르는 일 등 평소에 하는 일을 계속하면서 시간을 쪼개 절을 하려니 만 배를 하는 데 몇 달, 혹은 몇 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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