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살리고 마음도 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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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살리고 마음도 살리고…
  • 관리자
  • 승인 2007.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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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스님|/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 연구소장 적문 스님

요즘 전통사찰음식이 창업잡지에 창업아이템으로 큼지막하게 소개되고, 사찰음식 관련 서적이 비소설분야에서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각광받고 있다. 이는 현대인들의 건강에 대한 깊은 관심에서 고조된 바 크지만, 몸을 살리고 마음까지 살리는 사찰음식을 접함으로써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맑아질 사람들을 생각하면 기껍기 그지없다. 전통사찰음식을 꼬박 10년째 발굴, 전수하고 계신 적문 스님의 수행 이야기가 풋풋한 봄나물보다 향긋했다.

청정, 유연, 여법한 사찰음식의 향기

서울시 은평구 갈현 2동 역촌시장 2층의 금륜사 내에 자리한 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 대웅전 부처님 앞에서 한불회(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프랑스인과 프랑스어를 하는 한국인들의 모임) 회원들에게 강의하고 계신 비구스님의 모습이 신선했다.

“사찰음식을 만드는 데 크게 세 가지 법도를 들 수 있는데, 첫째 청정, 자연에서 나온 청정한 먹거리를 사용하고, 인공조미료, 고기, 젓갈, 오신채(파, 마늘, 달래, 흥거, 부추)를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둘째 유연, 사찰음식은 맛이 부드럽고 담백한데, 수행자들의 수행을 돕기 위한 음식이기에 위나 장에 부담을 주지 않고 소화가 잘 되도록 만듭니다. 셋째 여법, 양념을 하더라도 단 것, 짠 것, 식초, 장류 순으로 넣어 채소의 독특한 맛을 살려주고, 반찬의 가짓수는 적되 영양은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합니다…”

스님의 강의를 메모를 해가면서 듣는 외국인들의 눈빛이 사뭇 진지해보였다. 강의를 마치고, 인삼야채말이, 산채모듬밥 등의 실습을 하면서도 스님의 강의는 계속 이어졌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수행입니다. 반찬을 만들 때는 반찬 만드는 데, 된장국을 끓일 때는 된장국 끓이는 데 전심전력을 해야 합니다.”라는 스님의 말씀을 들으며 스님이 사찰음식을 수행의 화두로 삼은 까닭을 알 수 있을 듯싶었다.

공양간의 소중한 추억

인연 따라 열 살 때부터 절에서 살던 스님은 고등학교 졸업 후 화엄사에서 본격적인 행자생활을 하였다.

“공양간에서 맨 처음 상 보는 것을 했는데, 겨울날 어두컴컴한 공양간에서 짧은 시간 동안 거무티티한 색깔의 음식을 여법하게 놓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식탐을 절제하면서도 법도 있게 놓아야 하는 간상 소임을 마치고 나면 채공(반찬 만드는 소임)을 맡게 되고, 그리고 나서 갱두(국끓이는 것), 맨 마지막 관문이 밥 짓는 것이다.

“예전에는 무쇠솥에 수십, 수백 명분의 밥을 지어야 했기 때문에 고참행자에게 공양주 소임을 맡겼지요. 어느 날 불을 때다가 나뭇단에서 튀어나온 뱀 때문에 깜짝 놀란 일이 기억에 남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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