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단 한번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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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단 한번의 기회
  • 관리자
  • 승인 2007.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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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참회

매순간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서도 죽음이 무엇인지를 잘 몰랐던 것 같다. 그래서 힘든 일이 생기면 죽고 싶다는 생각을 수없이 해왔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 해방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죽음을 열망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나의 생각이 얼마나 크게 잘못된 일이고 큰 죄라는 것을 알게끔 해준 사건이 얼마 전에 내게 있었다.

그 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마친 후 9시 뉴스를 보기 위해 가족이 모두 안방에 둘러앉아 있었다. 나는 침대에서 등베개를 하고 편안하게 반쯤은 누워 TV 속에 모든 신경을 쏟고 있었다. 그러다가 점점 눈이 감기고 팔다리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잠이 오려는 것인가 하고 몸을 뒤척여 자리에 누워 보려고 했다. 그런데 몸이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손가락 하나도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말을 하려 했지만 목에 무언가가 걸린 것처럼 숨쉬기가 어려웠다.

가족들은 TV를 보느라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나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지금 숨쉬기가 어렵노라고, 내가 지금 몸이 움직여지지가 않는다고 말이다. TV에서 퍼져 나오는 소리도 다 들리건만 몸은 굳어져가고 가래가 목을 가득 채워지듯 숨쉬기가 어려웠다.

나는 순간적으로 ‘아, 지금 내게 죽음이 온 것이라면 어떻게 가족에게 알릴 수가 있을까? 어떻게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생각하니 두 뺨으로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정신을 잃으면 안 된다.’고 하며 염불을 하기 시작했다.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라면 편안하고 행복하게 떠나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하반야바라밀! 마하반야바라밀! …’

수도 없이 염불을 하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 때 딸아이가 “엄마가 이상해.” 하며 나를 발견하고는 남편에게 말했다. 그리고는 주무르며 약도 먹여보려고 했지만 물도 넘어갈 수가 없는 상태였다.

가족들은 온 힘으로 최선을 다해 손과 발을 따서 피를 뽑아내었고 아들은 군에서 위생병이었던 경험을 살려서 내 등을 두드렸다. 한참을 그렇게 하니 입에서 가느다란 신음 같은 염불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갑자기 구역질이 날 것만 같았다. 온 힘을 다해 토해 보라는 가족들의 말에 모든 것을 다 쏟아보리라는 생각으로 토해내어 보니 가래가 나오기 시작했고 숨쉬기가 훨씬 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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