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선지식] <24>우리시대의 보현 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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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선지식] <24>우리시대의 보현 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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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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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한국일보 2003 년 8월25 일자에 실린 큰스님 기사입니다.

짧은 글 속에 비교적 정확히 큰스님의 사상과 일대기를 요약한 것 같습니다.

옛 기사를 보며

중생을 위해 당신의 모든 것을 바치신

큰스님의 뜨거운 자비, 그리고 원력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

나무아미타불

普賢 合掌

[한국의 선지식] <24>우리시대의 보현 광덕

“꿈속에 있을 때는 꿈꾸는 존재가 너라고 하자.

생각이 있을 때는 생각하는 존재가 너라고 하자.

꿈도 없고 생각도 없을 때, 너는 뭐냐? 가져와 봐라!”

광덕에게 동산은 거두절미하고 이렇게 들이댔다.

병마에 시달리던 육신을달래기 위해 소개장을 들고 범어사로 온 광덕에게

동산의 화두는 날벼락이나 다름없었을 것 같다. 허나 명안종사 동산은 달랐다.

동산은 스물 넷의청년에게서 무엇을 보았을까.

수행자로서의 근기(根機)와, 더 나아가 불조의 혜명(慧明)을 밝힐 전등의 빛이

내면에 감춰져 있음을 간파하지 않았을까.

줄탁동시(줄啄同時)의 법연이 첫 만남에서 맺어진 것이다.

어미 닭이 품은알이 부화할 때가 되면

알 속의 새끼는 먼저 안쪽에서 껍질을 톡톡 조는데 이를 졸이라고 한다.

어미 닭이 바깥에서 같은 자리의 껍질을 쪼는 행위가탁이다.

줄탁의 행위가 동시에, 같은 곳을 향해 이뤄져야 병아리는 비로소세상 밖으로 나온다.

동산이 던진 화두는 마침내 스승과 제자의 인연에 이어

광덕을 깨달음의 바다로 인도하는 반야선이 된다.

동산의 화두는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의 의미를 암시한다.

꿈과 생각은 의식의 소산이다.

수행자에게 의식은 반야의 씨앗을 죽이는 차별과 분별에 다름 아니다.

동산은 미래의 제자에게 번뇌망상의 근원인 의식을 여읜 자리에서

본래면목을 찾아보라고 주문한 것이다.

“일주일간 매일 아침 문안을 드릴 때 마다 ‘일러라, 일러!’, 이렇게 다그치셨습니다.

그 때만해도 그 뜻을 몰랐죠. 온갖 이론을 다 꾸며내 답을찾으려고 했지요.

그러니 매일 방에서 쫓겨날 수 밖에. ”

사물의 실상은 본디 집착해야 할 아무 것도 없는 절대무다,

분별이 떨어져나간 경계가 본래무일물이다. 상대적 관념의 찌꺼기는 들러붙을 데가 없다.

인간의 삶 역시 이처럼 본래무일물의 세계다.

빈 손으로 와서 빈 손으로가는 게 삶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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