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규 대사의 구국혼 서린 호국(護國) 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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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대사의 구국혼 서린 호국(護國) 도량
  • 관리자
  • 승인 2007.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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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가 깃든 산사 기행/ 충남 공주군 갑사

내가 본 작년 가을의 갑사는 화락천궁(化樂天宮)을 연출하고 있었다. 노랗고 혹은 빨갛게 물든 1킬로 남짓한 진입로에는 마른 낙엽이 분분하고 길 가의 늙은 감나무에선 제 무게를 참지 못한 홍시가 툭툭 떨궈지던 것이었다.

한데 경내에 들어서자마자 양 골짝에 왕왕 메아리지는 노래와 떠들썩함이 처음 찾은 이를 놀라게 하고 산문에서 가당찮다는 식자의 핀잔도 있었으나 내막을 모르는 소치였다. 생각해 보라, 작은 몸집으로 천여 년 만에 맞는 갑사의 생일을. 오랜만에 나투신 괘불 속 불보살님들의 자애 가득한 눈빛에도 축복의 뜻이 그득했던 것이다.

한여름 갑사의 이미지는 만추와 또 다르다. 지금은 성한 활엽수와 포복한 채 빈 땅을 덮고 있는 방초가 빛을 가려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하다. 하지만 땡볕을 빈틈없이 막고 낙엽으로는 습기를 가득 머금어 곤충이며 지렁이들을 끌어 모으니 여름날 이만한 보시도 없다. “까르륵 까륵” 어디서 아이들의 장난소리가 들려 눈을 돌리니 비온 끝에 불어난 개울에 몇 명의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다.

절에서 먼저 내방객을 맞는 것은 ‘계룡갑사(鷄龍甲寺)’라는 편액이다. 거칠고 각진체에 힘이 실렸는데 절도사 홍재희(洪在羲)의 필치이다. 종각 쪽으로 좀 물러나서 보면 가람배치가 주는 인상이 극명한데 옆으로 늘어진 지리멸렬함 대신 추녀와 담의 자연스런 연결에서 아담한 조선 후기 한옥의 맛이 절로 우러난다. 지형상 옆으로 퍼진 배치인데도 헤벌어진 느낌이 없다. 강당을 가운데 두고 진해당, 적묵당이 담과 층계를 운치 있게 연결해 놓은 때문이다. 해탈문을 요령 있게 만들고 원형으로 공간을 튼 것도 보통의 눈썰미가 아니다. 색이 많이 퇴색했지만 그 때문에 고졸함을 더해주는 강당은 기둥과 마룻바닥이 울퉁불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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