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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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대우
  • 관리자
  • 승인 2007.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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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한국 유학생 하나가 찾아와 상담을 청했다. 학생은 지도교수가 같은 또래의 미국 여학생과 자기를 차별대우한다고 몹시도 속상해했다. 처음에는 그것 때문에 자존심이 상해서 공부를 더 열심히 했는데 지난 학기부터는 공부도 제대로 안 되고 자신감이 떨어져서 서러운 생각에 눈물만 난다는 것이다.

나는 학생의 말을 들으면서 지도교수가 차별대우한다고 느끼게 된 발단과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학생은 어려서부터 매우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다. 게다가 현실감이 뛰어나고 매사 경쟁적인 어머니 밑에서 성장한 이 학생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고등학교부터 일치감치 미국 유학 길에 올랐다.

언어와 문화적 장벽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시절을 나름대로 잘 극복하고 이곳 미국에서 꽤 괜찮은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한 비교적 성공적인 조기유학의 경우다.

그런데 학생은 자아정체감 형성의 결정기이며 그러기 때문에 자의식 또한 강할 수밖에 없는, 감정이 풍부하고 예민한 고등학교시절을 능력이나 가치판단의 기준이 완전히 다른 문화에 적응이라기보다는 생존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콤플렉스를 감수해야만 했던 것 같다.

이를테면 우선 남녀공학의 학교에서 공부보다는 운동 잘하는 학생이 압도적으로 인기를 끈다거나 인기 있는 운동선수를 남자 친구로 둔 여학생이 또래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며 주인공이 되는 환경을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피부색이 하얀 노랑머리 아이들과 어울려 미식축구나 하키 게임을 보면서 함께 열광하기에는 정서적·문화적으로 이질감이 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편 경험적·언어적으로도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학생은 머나먼 이국 땅에서 철저히 소외된 채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을 보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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