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보내 드리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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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보내 드리며(4)]
  • 관리자
  • 승인 2003.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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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 월에 크게 앓으신 이후로 그럭저럭 그래도 지내시던 어머니께서 나빠지신 것은 6 월

부터입니다. 어머니는 기력이 딸리시는지 열반에 드시기 보름 여 전부터는 사람이 와도 기척

도 안 하시며 눈을 감고 계셨습니다. 저희들은 그저 어머니를 안타깝게 지켜 볼 뿐이었습니

다.

그런 어머니이셨지만 열반 며칠 전, 제가 독경을 하고 염불을 드린 뒤 어머니, 부처님 말씀

좋습니까? 염불하면 좋습니까? 하고 여쭸을 때 그 때까지만 해도 기척도 없으시던 어머니께

서 눈을 감으신 채로 거짓말처럼 응~~~하고 길게 대답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잘못 들

었나 하여 간병인 아주머니보고 한 번 들어 보시라며 다시 같은 말씀을 드렸더니, 이번에도

그렇게 대답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모습에 간병인 아주머니도 놀라시는 것이었습니다.

열반에 드시기 사흘 전 토요일, 아침에 전화를 드릴 때 좀 안 좋으시던 어머님이셨지만, 이

런 일은 그동안 여러 번 있어서 아, 또 조금 안 좋으시구나, 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

날 따라 어머니의 목소리가 달랐습니다. 평소에는 한숨쉬시듯 하셨는데 이 날은 무언가 애타

게 제게 말씀하실 것이 있는 듯 하였습니다. 하나도 못 알아듣는 말이지만, 어머니는 무언가

간곡히 제게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호사다마(?)인지, 그런 중요한 때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겨 전화를 길게 드리지 못하고 끊으며 다시 드리겠다고 말씀 드렸지만 그 날 내내 다시 드

리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집에 오자 병원에 들리신 형님으로부터 어머니가 안 좋으시다는 전화

가 왔습니다. 병원에 급히 가니 어머니께서는 힘든 숨을 쉬고 계셨습니다. 아들이 아닌 의사

의 입장에서 솔직히 말하면 이제는 이 세상 인연이 다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동

안 사실 이런 모습을 보이신 적이 한두 번이 아니고, 또 이러시다가도 곧잘 이겨내시곤 해서

걱정이 되긴 했지만 한 편으로는 또 그리 큰 걱정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간병인 아주머니께서 뜻밖의 일을 들려주었습니다. 그것은 오늘 어머니께서 제가 전

화를 끊고 나자 눈물을 흘리셨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주머니께서는 어머니가 전화 후 눈물을

보이시자 제가 무슨 섭섭한 말이라도 했는가 싶어 여쭤 보았는데, 어머니께서는 아무 말씀없

이 그저 눈물만 흘리셨다는 것입니다. 그 때 문득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간 것은, 광덕 큰스님

의 상좌(제자) 송암 스님이 기술한 큰스님의 열반 장면이었습니다.

광덕 큰스님께서 열반하시기 10 여 분 전에 눈물을 흘리셨다는 것입니다. 큰스님이 입적하

시기 10 여 분 전, 또 다른 상좌이신 주지스님이 큰스님을 보니 얼굴에 두 줄기 눈물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스님, 무엇이 슬픕니까? 마음 편하게 생각하세요. 무슨 일이든 제가 열심히 하고 신중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주지 스님은 그렇게 위로하며 눈물을 닦아 드렸는데, 큰스님은 그 후 10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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