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쇠약해지기 시작한 것은 아버님을 떠나 보내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아버님이 세상에
계실 때 늙기는 하셨지만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으시고 그렇게도 당당하시던 어머니는, 98
년 3 월, 아버님이 당신 곁을 떠나시자 의지처를 잃은 데 대한 허망함에서인지 갑자기 눈에
띄게 쇠약해지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래도 자식들 부담을 주지 않으시려 애써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시려던 어머니. 아들 집
에 가급적 오지 않으시고 아버지와 같이 계시던 집에 계속 사시던 어머니는, 저의 청을 받아
들여 한 번도 나들이하신 적이 없던 막내의 집을 그 해 봄 방문하시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딱 하루 주무신 적이 있습니다.
나무가 많은 저의 아파트에서는 법안정사라고 하는 절이 그리 멀지 않았는데, 어머니는 그것
을 보시고 "절이 가까이 있어 참 좋다", 라며 곱게 웃으시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 저는 어
머님의 여생은 아무 일이 없으면 3 년, 자식들이 정성으로 기도하면 5 년 정도 저희 옆에 더
머무시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머니께서 첫 입원하신 것은 99 년 12 월 어느 날로, 겨울 날 나들이 길에 넘어지시
면서 꼼짝도 못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예로부터 나이 드신 분은 움직이지 못하면 세상을 떠나
신다고 하는 법. 아직은 떠날 때가 아닌지라 놀라고 놀란 마음으로 어머님께 세 끼 식사를 그
르지 마실 것과 가능하면 빨리 조금이라도 움직여 보시길 간곡히 권했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심인지 어머니는 힘드신 와중에도 식사를 거르지 않으시었고, 옆에서 못난 제
가 간호해 드리지도 않았지만 마침내 화장실을 다녀오실 정도로 호전이 되셨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퇴원하셨습니다.
그 후에도 힘들게 하루하루 지내시던 어머님이 다시 입원하신 것은 2000 년 2 월 설날 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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