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몸과 마음을 잘 다스리면 모든 번뇌망상이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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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몸과 마음을 잘 다스리면 모든 번뇌망상이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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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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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식 탐방/부산 태종사 도성(道成) 스님

절기는 입춘을 지났건만 봄기운을 느끼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우리 사회 안팎의 여러 가지 우울한 일들이 봄소식을 늦추는 듯했다. 그러나 남녘의 바람은 달랐다. 햇살은 한결 따사로웠고 바람결을 부드러웠다. 푸른 바다의 뱃고동 치는 소리, 금방이라도 꽃망울을 틔울 것만 같은 목련 봉오리가 새 생명의 봄을 노래하는 태종대 태종사엔 봄이 이미 와 있었다.

`구구 구구' 토종닭과 이야기를 나누고 계신, 맨발에 이국적인 남방의 가사를 입으신 노스님, 포근한 느낌의 그 노스님은 예감대로 도성 큰 스님이셨다. 스님을 따라 우리 나라에서 단 두 그루밖에 없다는 태종사 보리수나무에 경배를 드리는데 알 수 없는 환희심이 일었다.

보리수나무를 보니 부처님을 뵙는 듯 무척 경외스럽습니다.

"이 보리수나무 두 그루와 법당 옆 석가세존진신사리탑에 봉안한 사리는 `83년도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남방 5개국을 순방할 때 스리랑카 정부측에서 우리 정부에 기증한 것인데 여러 분의 건의로 우리 절에 모셔지게 되었지요. 본래 남방에서 자라는 것인지라 돌보기가 까다롭긴 합니다만, 아침저녁으로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스님, 40년 전부터 근본불교를 펼치는 원로 스님으로, `73년도에 스님께서 창건하신 이곳 태종사는 근본불교전법도량으로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법회의식을 팔리어로 집전하는 것을 비롯해서 오후 불식 등 근본불교의 전통을 그대로 따르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절이나 내가 그렇게 유명한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부처님의 제자로서 부처님께서 걸어가신 길을 그대로 따를 뿐입니다. 부처님께서 보여주신 길을 따라가다 보면 번뇌의 숲을 건널 수 있고,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삼독심에서 벗어나 해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 완벽한 깨달음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내몸과 마음을 다스릴 수 있으니 자족하면서 이렇게 살고 있을 뿐입니다."

스님, 지금 입고 계신 남방의 승복 때문에 곤혹스러웠던 적도 있으셨을텐데요?

"한때 그런 적도 있었습니다만 요새는 뜸해졌습니다. 37년 전 가사를 입고 오신 태국의 큰스님을 보고 `옳구나, 저렇게 입으면 언제 어느 때나 가사를 수하는 율을 지킬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이 옷을 입고 지내게 되었지요.

옷에 얽힌 일화라면, 어느 큰스님이 오라고 해서 찾아갔더니 큰스님을 위시해서 젊은 스님들 20여명이 죽 둘러앉아 있었는데, `옷을 한 벌 해줄테니 바꿔 입으라'는 큰스님의 말씀에, `승려의 옷인 가사를 벗고 도포를 입을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라고 하자 좌중의 어느 젊은 스님이 '남방 옷 입으려면 남방 가서 사십시오`라는 소리에 대중이 모두 박장대소를 하더군요. 그래 '오늘날 한국사람들이 대부분 서양 옷인 양복을 입었는데 양복 입은 사람이 서양 가서 살면 이 땅에 남아 있을 사람 몇 안 되겠습니다`라고 했더니 옷 벗기겠다는 소리가 쑥 들어갔습니다.

스님, 스님께서는 화두선을 해오시다가 오래 전부터 남방선이라고도 불리는 위빠싸나 수행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남방선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위빠싸나는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수행법입니다. 요가니 명상과 같은 수행법으로는 깊은 명상 상태는 이루었을지언정 궁극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 없었던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위빠싸나라는 새로운 수행법을 창시하셨고, 바로 그 위빠싸나 수행법으로 온 우주의 이치를 깨닫고 부처님이 되신 것입니다.

저도 위빠싸나를 접하기 전에 나름대로 화두선을 열심히 한다고 하기는 했지요. 6·25사변 때 인민군으로 전쟁에 침가하면서 못 볼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전쟁 중에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있으면서 진정으로 살길을 찾았고, 수용소에서 나오자마자 부산 선암사 지월 스님 문하에 출가를 했습니다.

엄하시면서도 자상한 은사 스님과 여러 큰스님 회상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수행을 했는데 내놓을 게 없어요. 그러나 위빠싸나 수행을 하면서 비로소 부처님 법은 수행을 통해 당장 이 자리에서 현증(現證)되는 법이라는 부처님 말씀을 깨달았습니다.

누구든지 마음 집중하여 여러 대상을 관찰하는 위빠싸나 수행으로 몸에서 일어나는 장애,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낱낱히 포착해서 다스릴 수 있습니다. 사실 위빠싸나 수행을 하기 전에는 마음이 어디 가는지 몸이 어디 가는지 몰랐는데 수행한 뒤로는 몸과 마음의 당처를 알게 되니 중병에 걸렸던 환자가 나은 것 같고, 잃었던 자식을 찾은 것 같은 기쁨을 누리면서 늘 환희심으로 살아가고 있지요"

위빠싸나 수행법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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