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처작주(隨處作主)
상태바
수처작주(隨處作主)
  • 관리자
  • 승인 2007.09.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풍경소리

최근 들어 복지시책이 이것저것 눈에 띄는 게 많아졌다. 그 가운데 하나, 지하철 역사마다 맹인용 유도블럭을 까는 작업이 한창이다. 나는 맹인도 안 맹인도 못 되는얼치기이라, 그 우둘두둘한 유도블럭의 덕을 볼 일이란 많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어쨌거나 이렇게 조금씩 복지사회를 향해가는 거구나 싶어 흐뭇해 하기도 한다.

장애인을 위한 방송인 '사랑의 소리 방송'에서 채근담(菜根談)을 해설하고 있는데 녹음이 있는 날이라 집을 나섰다. 충무로 역사는 다른 곳보다 비교적 일찍 유도블럭이 깔린 곳이다. 오십대로 보이는 부부가 적당히 떨어져서 걷고 있었다. 그래서 남까지 다 들으라고 커다랗게 얘기할 수밖에 없었고, 자연 나는 그들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다.

"아니 왜 멀쩡한 길에다 울퉁불퉁한 걸 깔아서 사람 힘들게 만드는 거여 그래."

오랜만에 구두를 신었는지 뒤뚱뒤뚱 어설프레 걷던 아줌마가 마침내 짜증이 나고 말았다.

"뭐시냐 거, 비올 때 미끄러지지 말라고 해 논 거 아녀~. 내는 좋기만 하구먼 그랴."

"이~잉, 근겨?"

모르는 것 없이 별것까지 다 아는 남편이 새삼 대단해 보인다는 말투였다. 유도블럭이 금방나오서 아직 그 용도를 잘 몰라서이겠짐만, 엿장수의 가위가 따로 없었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