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암(大慈庵)의 초가을 -시방일심삼매중(十方一心三昧中)
상태바
대자암(大慈庵)의 초가을 -시방일심삼매중(十方一心三昧中)
  • 관리자
  • 승인 2007.09.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남덕 칼럼

혹심했던 무더위가 처서를 지나면서 물러나고, 수십 명 모였던 대중들이 안거해제로 모두 하산하 고 나니 대자암은 텅빈 것처럼 서늘하고 조용해졌다.

공양간에도 상 하나면 기도보살님들이랑 넷이 한상에 앉을 수 있고, 선방에는 거사님 두서너 분 과 나뿐이니 시방당(선방) 전후 좌우가 바람이 사방통이다.

대자암 낡은 큰 법당은 조그만 건물이었는데 올 봄에 그 남쪽으로 5간 X 4간의 큰 새법당이 들 어앉아서 수백명 대중을 수용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넉넉함을 느끼게 한다.

대자암의 지형이 연천봉(連天峰)을 남향으로 바라보는 경사지라 노출된 비탈지면으로는 구법당 같은 자그마한 건조물 몇 채만 들어서도 촉박한 곳인데, 시방당 . 삼매당 . 일심당과 같은 큰 당우 들이 여유있게 들어섰고 우리들이 공양하는 식당(香積堂)은 입구만 지상이지 아래 두 층은 지하에 건조된 큰 홀이다. 지하이건만 전면 창문은 서쪽으로 탁 트인 시원한 전망이어서 들어가서 밖을 보면 고층 위에 앉은 느낌이지 지하라고 생각할 수가 없다.(내가 거처하는 방은 바로 이 식당의 아래층의 한 방인데 입구는 밖으로 나 있어서 바로 위층인 식당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느낌이다).

대자암의 조실이신 정영 스님은 우리 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무문관 선방을 개설(1964년 천축사)하 신 분인데, 93년 윤3월에 제 2의 무문관인 삼매당을 대자암에 개설하셨고 이어 시민선방인 시방당 을 열으셨으니 참선수행의 터전을 마련해 주시고 모든 뒷바라지를 해주시고 있다.

시방(十方)당 . 삼매(三昧)당, 그리고 스님이 거처하시고 종무소도 겸한 일심(一心)당의 당우 이름 을 마음에 떠올리면 온 누리 시방세계가 한마음(一心)으로 삼매에 들어있는 '시방 일심 삼매중'의 기분이 저절로 든다.

요즘은 이 기분 속에 조용히 살고 있는 셈이다. 제대로 된 선객이라면 참선수도에 다시 없는 좋 은 기회이겠지만 나는 그저 조용히 이 복된 환경에 감사하며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다. 아이들이 병치레를 하고 나면 철이 든다든가, 나도 이번 여름 더위를 무던히 견디고 났더니 뭔가 좀 철이 나는 것 같은 안심상태를 경험한다.

이번 하안거 끝나기 전날은 연천봉에 올라갔다가 능선을 타고 관음봉을 거쳐 은선폭포 길로 동 학사로 내려왔다. 엄지 발가락이 멍들었으니 내리막 길이 힘들었던 모양이나 체력으로는 견딜 만 했다. 이제 내 정신과 육체는 그 주종관계가 확립이 되었는지 여간해서 육체를 혹사할 일도 없지 만 육체가 불복종하는 일도 없다. 특히 먹고 자는 일에 다소의 과부족이 있더라도 균형상태를 유 지하는 것을 보면 둘 사이에는 협력관계가 형성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다고 일과적으로 하는 정진생활에 피로를 전혀 모르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럴 때 나는 내 색신에 대한 측은지심으로 이것을 다스리곤 한다. 선(禪)체조도 그 하나의 방법이고 아픈 부위 에 대한 지압 등으로 그것을 풀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심신의 조화를 꾀하면서 건강을 유지한다 해도 거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안다. 이번 여름을 지나면서 백발이긴 해도 숫이 많았던 내 머리에 탈모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처 음엔 텁텁했던 뒷머리가 거뜬해 진 것같이 털이 빠지더니 요즘은 뒷머리에 손을 대면 대머리의 감촉이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