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다 안다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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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다 안다는 착각
  • 관리자
  • 승인 2007.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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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에서 건지는 깨달음 9

우리는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의 한 면이 좋게 보이거나 나쁘게 보임에 따라서 모든 면이 좋거나 나쁠 것이라고 단정을 내리는 수가 많다. 공중도덕이나 질서를 안 지키는 사람, 에티켓이 없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그의 인격을 낮게 평가한다. 그런 사람은 될 수 있는 대로 접촉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절 도량에 와서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마당에 버리는 사람, 법당 어간문 문턱에 다리를 꼬고 걸터 앉은 사람 등을 보면 아주 못된 사람으로 생각하곤 했다. 어떤 때는 그런 사람에게 호통을 치기도 했다. 그런 사람은 사회에서도 해악을 끼치는 일만 할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런데 내가 그린벨트 지역의 사찰에 살면서 어려운 일을 당하게 되었다. 한 공무원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게 되었는데, 그 공무원이 바로 내가 전에 악한이라고 단정했던 사람이 아닌가. 그 사람을 보는 순간 식은땀이 났다. 상대가 내 속을 다 들여다볼까 겁이 났다. 이때 나는 새롭게 다짐한다. 나의 기준에서 악행을 하는 사람을 볼지라도 그 사람의 인격 전체를 함부로 평가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이다.

여기에 상담 대상자로부터 들은 실화가 있다. 한 여자가 어느 날 한 남자를 발견한다. 마음이 끌렸다는 말이다. 여자는 남자에게 접근하려고 노력했지만 남자는 시큰둥한 기색이다. 여자는 그 남자에게 다른 여자가 있는지를 알아본다. 만나는 여자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여자가 적극적으로 노력해서 남녀는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된다. 둘은 결혼한다.

그런데 얼마지 않아서 여자는 권태를 느낀다. 남자가 답답하다. 성실하고 착하기는 하지만 멋이 없다. 처음 만났을 때 멋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알고 보니 우직함과 무신경이었다. 직장이나 가정에서 모범적으로 행동하기는 하지만 무엇인가 자극을 주는 탄력성이 없다. 다행스럽게도 아기를 갖기 전에 둘은 갈라선다.

이때부터 여자는 방황의 길을 걷는다. 여러 직장을 전전하다가는 마침내 물장사를 하기에 이른다. 많은 남자들을 상대하면서 자신에게 어울릴 이상형을 찾아보지만 나타나지 않는다. 처음 한두 번 만났을 때는 그럴 듯하게 생각되던 사람에 대해서도 가까이 속을 들여다보고는 실망하고 돌아서게 된다. 10여 년이 지난 후에 여자의 마음 속에서는 슬그머니 헤어진 옛 남편이 떠오른다.

여자는 전남편에 관한 소식을 듣고 놀란다. 새 여자를 맞이해서 아주 잘 살고 있는 것이다. 높은 사회신분과 경제력도 누리고 있었다. 멀리 숨어서 전남편의 모습을 훔쳐보니 그렇게 믿음직하고 멋있어 보일 수가 없다. 여자는 후회하지만 이제는 늦었다.

우리 주위에 이런 류의 이야기는 아주 많다. 남의 말처럼 할 것도 없다. 내 마음 속에서도 이런 일이 수시로 벌어지기 때문이다. 처음에 좋아하다가는 싫어하는 경우, 처음부터 끝까지 좋아하는 경우, 처음에는 싫어하다가 좋아하는 경우, 좋아하다가 싫어하고 다시 좋아하는 경우, 싫어하다가 좋아하고 다시 싫어하는 경우 등이 있다. 이렇게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우리가 상대의 한두 가지 면만을 보고 상대의 전체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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