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데도 내가 없음을 알 때 세상에 진정한 의미의 평화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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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데도 내가 없음을 알 때 세상에 진정한 의미의 평화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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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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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식 탐방/경남 김해 동림사 조실 화엄(華嚴)스님

화엄 스님은 1923년 경남 고성에서 출생하였으며 1945년 일본 대판의전을 졸업하였다. 1948 년 범어사 금어선원에서 동산 선사를 은사로 출가하였다. 해인사, 통도사, 범어사, 화엄사 등 전국의 제방선원에서 20년 안거를 성만하였다. 범어사 주지·성원장, 김해 영구암 주지를 역 임하였으며, 12년 전 김해 동림사를 복원, 현재 동림사 조실로서 찾아오는 참선납자들을 제 접하는 한편 중생교화에 원력을 바치고 있다. 또한 스님은 그림과 서예에 달통, 여러 번의 전시회를 가진 바 있다. 무심(無心)으로, 일필휘지로 구사하는 달마도는 선화(禪畵)의 독보 적 경지를 구가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해 신어산(神魚山), 신령스러운 잉어가 살았다는 그 푸른 산빛 속에는 가야불교의 향기가 베일에 가린 채 스며있었다. 산빛 돌빛, 한 조각 바위의 문양만 보고도 그 역사를 읽어낼 수 있고,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의 말없는 설법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싶다. 언제나 그날 이 오려는가, 그저 큰스님 말씀에 집중하여 녹음기를 풀고 또 풀어낼 뿐, 큰스님들의 수행의 노래를, 그 참다운 삶의 실상을 제대로 전할 수 없어 늘 부끄럽고 죄송하다.

선(禪)을 해야 비로소 부처님의 본뜻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만,

"선이라, 선이 뭐 따로 있나요, 선을 말로 표현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모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색깔이 있는 것도 아니고…지극한 정성이 선입니다. 지성으로 하면,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면 선 아닌 게 없습니다.

선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첫째 멸진정(滅盡定)에 이르는 외도선이 있지요. 개구리, 뱀 따위가 가을이 되면 동면상태로 들어갔다가 이듬해 봄이 되어야 깨어나는데 잠들고 있는 그 동안은 일 초 일 분도 지나지 않은 것입니다. 그렇게 잠들고 있을 때는 밥 먹을 걱정도 없 고, 망상도 없고, 일체 생각이 없지요.

외도선은 개구리와 뱀이 동면상태에 든 것처럼 멸진정에 들어가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는 데 인도에는 지금도 외도선 수행자가 많이 있습니다. 멸진정은 선을 해보면 반드시 겪게 되 기 마련인데 그것에 안주해서는 안 됩니다. 그 경계를 넘어 꿈 가운데서도 명명백백하게 나 를 알고, 성성적적하게 화두를 놓치지 않고 제 본 마음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 의 본성은 물론이고 이 우주의 이치를 깨치는 방법이라야 비로소 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깨쳤다고 해서 당장에 뭐가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깨쳐도 망상은 없어지지 않아요. 세 세생생 익힌 습이 하루아침에 없어질 수는 없지요. 다만 깨치고 나면 망상에 휘둘리지 않고 자유자재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한편 수행을 하다보면 우주가 콧구멍에 들어갔다 나왔다 한다던가, 자기는 물론이고 남의 전생, 금생일을 다 꿰뚫어 보기도 하고, 자기 몸이 방광(放光)하여 밤중에도 세상이 다 보이 는가 하면, 산문 밖에 사람이 오는 것도 알고, 병든 사람을 고칠 수 있는 신통력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다 외도라, 거기에 빠지면 공부는 더 이상 진전이 없습니다.

그런 외도에 빠지지 않고 본래면목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며 용맹 정진해야 하는데, 무엇 보다 오계를 잘 지키고, 선방에 앉아서 망념이라도 부지런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가만히 앉 아 있으면 생각이 고요해지고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파도가 치니 물결이 이는 것과 같이 본 래 조용한 마음에 파도가 안 치니 십오야 달이 밝게 비치는 것입니다. 일체 마음의 파도가 가라앉아 공부가 잘 되면 동(動)이 곧 정(靜)이 되고 정(靜)이 곧 동(動)이 됩니다.

물론 선방에서 가부좌 틀고 앉아 있는다고 해서 깨달음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행에 길을 들이기 위해서 선방에 들어가는 것이고, 그렇게 길을 들이다 보면 칠흑같이 어 두워진 마음이 환해져서 '나다 너다' 하는 일체의 분별이 없어지고 그야말로 대자유인의 경 지에서 노닐 수 있게 됩니다."

하안거 입제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공부하는 수좌들에게 한 말씀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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