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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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암에서
  • 관리자
  • 승인 2007.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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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행자의 목소리

보리암 에 철야정진하러 가는 발걸음이 가벼운 것은 그 유명한 관음성지 기도도량을 다녀온다는 설레임 때문이었다.
큰 과일, 큰 초, 쌀, 꽃다발 하나씩 정성껏 준비하면서 큰 희열과 기쁨을 맛보았다. 아! 나도 어느새 보따리 보따리 이고지고 오르셨던 할머니의 모습처럼 됐을까. 그저 부처님 앞에서 마음이 최고라고, 최고인 마음도 아니면서 그렇게 빈 손으로 덜렁 다녔던 나.
지갑에 구겨진 돈 불전함에 넣고 고개숙여 합장하고 염불만 열심히 했었다. 정성은 배제된 채….
그러던 내가 부처님을 향해 가는 마음이 절실해지고 정성스러워 지는 것은 나이 탓일까 불심일까?
슈퍼에서 덜렁 초 한자루 사면 됐던 내가, 촛불을 밝히는 정성스런 마음으로 초를 준비하고 새돈이 있으면 고이 두었다가 하얀 봉투에 넣어 불전함에 넣기도 하고, 부처님 앞에서야 숙연해 졌는데 이제는 절에 가기로 마음 먹기부터 마음 비우는 작업이 시작된다.
가방을 어깨에 메고 양손에 가득 공양물을 든 채 길 떠나는 나 자신이 목욕 재계하고 기도드리는 친정엄마 마음과, 휘어진 허리 펴지 못한 채 머리에 이고 구비구비 산자락 돌아가는 할머니의 모습이 서로 겹쳐 하나로 보인다.
서울 신도분들이 많이 오셔서 마당까지 가득찬 채로 자리를 잡고 열심히 정진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관세음보살 염불 독송하는 신도님들의 불심에 젖어 나도 덩달아 열심히 일념으로 염불한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새벽 2시∼3시. 시간도 잊은 채 한 관세음보살 독경은 허공에 가득차 안개낀 새벽하늘로 춤추듯 메아리치고 그 많은 대중들은 모든 걸 잊은 채 하나가 되는장엄한 새벽이었다.
저 많은 분들은 가슴 속에 얼마나 많은 사염 보따리를 지고 올라와 풀어헤쳤을까. 수백가지의 사연들이 동시에 풀어져 저마다 '제 소원을 들어주세요'하고 손 흔들었겠지. 그럼 남대문시장 바닥처럼 많은 외침과 시끄러움으로 난장판인 듯한 이 기도도량에 나투시어 '골라골라 미스김도 골라 골라 멋쟁이도 골라' 하면서 떠들 듯 우리들을 내다보며 '골라 골라 아무거나 골라' '골라 골라 원하는 것 골라'하고 소원 보따리를 풀어 놓은 채 천개나 되는 손을 부딪치며 악을 쓰고 계실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람들에 밀려 언저리에서 배회하고 있는 힘없는 자를 보게 되면 손 길게 뻗쳐 주먹콩 한 대 꽉 쥐어박으며 원하는 것 가져가라고 크게 꾸짖기라도 하면 온 힘을 다해 그 속으로 들어가 제 보따리를 찾느라고 낑낑대며 허둥대겠지. 그렇게 정신없이 제 보따리를 찾아들고 집에 오면 관세음보살님은 천안으로 두루 살펴보시고 천수로써 어루만지시며 자비롭게 미소지으실게다.
관세음보살님!
어리석어 고통많은 이 중생 어리석음을 일깨워 주시고 앞 뒤 구별 못하고 헤매는 중생위해 올바른 길 열어주소서. 어리석으면 어리석은대로 욕심이 가득차면 가득찬대로 부처님의 자비로 이끌어 주시고 깨달음 주시옵소서.
늘 언저리만 배회하는 이 불쌍한 중생 부처님 자비광명 품 안으로 힘껏 품어 주소서. 참회합니다. 그저 모든 것 참회합니다.
한 가닥 지혜의 힘 얻고자 엎드려 기도하오니 부디 총명한 지혜로 고해의 생 살게 하소서.

☞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최나영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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