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길, 신라와 동남아시아를 잇는 실크로드 – 강희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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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길, 신라와 동남아시아를 잇는 실크로드 – 강희정 교수
  • 김남수
  • 승인 2023.07.2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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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초대석] 『난처한 동양미술 이야기』

강희정 교수(서강대 동남아학 협동과정)는 페이스북에서 ‘핫’하다. 이실직고하자면 책보다 논문보다 먼저 페이스북에서 만났다. 페이스북에서 그림 한 장 올려놓고, 간단히 글을 싣는데 번뜩이는 재치와 참신한 느낌을 받았다. 얼마 전 『난처한(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동양미술이야기』(사회평론) 세 번째 책을 발간했다. 첫 번째가 인도미술, 두 번째가 고대 중국, 세 번째가 실크로드 이야기다.

“2권 빼고는 거의 불교미술 관련인데요?”
“동양미술 제목을 달고 불교미술을 이야기하니깐, 사실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인도와 실크로드는 불교미술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잖아요? 앞으로 책이 더 발간될 예정이어서 출판사에서 ‘동양미술’을 강력히 밀었습니다.”

세 권으로 끝이 아니란다. 소그드(Sogd)인을 주제로 실크로드 편을 한 권 더 낼 예정이고 중국의 도자기와 회화, 그리고 동남아시아까지 생각하고 있단다. 

“꽤 많이 나오겠는데요?”

“열 권 정도 되려나? 책이 잘 팔리면요(웃음).” 

책의 큰 장점은 사진과 그림이 풍부하고, 사진과 그림 따라 글이 흘러간다는 것이다. 

 

실크로드 이야기

요즈음 '핫'한 곳이 실크로드다. 특히 바닷길 실크로드. 타클라마칸 사막을 사이에 두고 중앙아시아와 중국을 이어주던 육지의 실크로드도 있지만, 최근 많은 사람이 바닷길에 관심을 둔다. 강희정 교수도 그중 한 명이다. 먼저 육로, 그중 호탄과 쿠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저는 호탄이 재미있던데요.”

“신라가 불교를 받아들일 때, 경주 황룡사에 장륙상을 조성했죠. 그때 아쇼카왕 설화가 나오잖아요? 호탄에도 아쇼카왕과 왕비가 다녀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자로 우전국(于闐國)이라 하는데, 국가 정체성 형성에 불교가 중요한 역할을 한 곳입니다. 
사천왕의 한 명인 비사문천왕(毘沙門天王)이 무장을 하고 갑옷을 입고 나타난 곳이 호탄이에요. 불교를 외호하던 호법신이 호국신으로 변화한 거죠. 호국불교라는 정체성이 나타나기 시작하죠.”

“사막 남쪽에 호탄이 있다면, 북쪽으로는 쿠차가 있죠?”

“두 지역이 미술을 표현하는 방식이 아주 달라요. 쿠차에 비해 호탄은 설화가 많아요. 쿠차는 본생담 등 부처님 생애에 대한 작품이 많은데, 호탄은 그 지역의 설화에 맞춰 작품을 만들었어요. 이야기꾼 기질이 있는 듯해요. 불교가 간다라에서 높은 산맥을 넘어 호탄으로 왔는데, 호탄은 자기화시킨 불교를 중국에 전해준 듯해요.”

타클라마칸 사막을 두고, 남쪽 길은 4~5세기까지 끊어지고 이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남는다. 중국 수·당 시기 이후 주요 교통로는 사막의 북쪽이란다. 쿠차 투루판 둔황으로 길이 이어진다. 

“쿠차는 미륵보살에 대한 신앙이 대단히 높은 동네예요. 동굴벽화도 유명한데, 안료를 수입하기도 했고 개발하기도 했는데, 색이 확실하게 표현돼 있습니다.” 

호탄과 비교해 쿠차의 특성을 물으니 대단히 간단한 답이 돌아왔다. 사막의 북쪽은 석굴사원으로 유명하다. 쿠차에는 키질 석굴, 투루판에는 베제클리크 석굴, 둔황에는 막고굴이 있다.

“이 동네 사람들은 왜 동굴을 파서 불상을 조각하고, 그림을 그렸을까요?”

“그게 더 빠르거든요. 벽돌을 구워 집을 만드는 것보다 굴을 파는 게 더 효율적이에요. 얼마 전 그 동네를 답사했는데, 사람들이 아직도 굴을 파고 있던데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지, 그게 편한 거예요.”

깊고 심오한 뜻을 기대했는데, 매사에 거침이 없다. 

 

캄보디아의 역경승(譯經僧)

“중국에서 캄보디아의 승려를 데려와 역경을 시켰다는 이야기 들어보셨어요?”

대화 속에서 처음 듣는 이야기가 나왔다. 중국 남북조시대 양무제(464 ~ 549)로부터 시작한다. 달마대사와 선문답을 나눴다는 그 사람이 맞다. 양무제는 동남아시아 지역에 있던 부남(扶南, 고대 캄보디아의 왕국)에서 역경승을 데려와 산스크리트어로 된 불교 경전을 한문으로 번역시키고, 이들을 위해 궁궐 내에 ‘부남관’을 짓기까지 했단다. 

강희정 교수가 구체적으로 실크로드 바닷길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때는 2008년 경이다. 지금으로 치자면 “캄보디아 스님이 중국으로 넘어와 경전을 번역했다”는 중국 고문서 글에 한 방 먹은 기분이었다고. 

동남아시아는 인도와 멀지 않은 곳이고, 인도의 문명이 일찍부터 들어온 곳이다. 그리고 베트남과 캄보디아는 중국과도 밀접한 곳이었다. 그때부터 동남아시아와 중국, 우리나라 간의 해양 교류사를 파기 시작했다. 

 

바닷길 실크로드

“일본 정창원이라고 황실 유물을 모아 놓은 곳이 있어요. 병풍 뒤에 ‘매신라물해(買新羅物解)’라는 문서가 병풍 뒤쪽에 발라져 있었습니다. 일본의 황실, 혹은 귀족이 신라상단(新羅商團)에 ‘이런 물건을 사다 주소’라는 주문서인데요. 주문 내용에 정향(丁香), 침향(沈香) 등 향을 주문한 내용이 있어요.”

“그런데요?”

“뭐가 중요하냐면, 정향은 인도네시아에서만 나는 향이고 침향도 동남아시아에서 나는 아~주 귀한 향이에요. 일본에서 이 향을 신라인에게 주문했다는 거죠. 그럼 신라인은 이 향을 어디서 구하겠어요?” 

일차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신라가 중국 어디선가 동남아시아에서 생산한 향을 구해 일본과 거래하는 것이다. 강희정 교수가 보기에 “상인들이 과연 그랬을까?”이다. 이윤이 나면 사막을 가로질러 동서양을 오가던 상인들이다. 바닷길도 사막에 비해 위험이 덜하지는 않지만, 그곳도 상인의 길이다. 

“향도 기본적으로 불교와 관련됐을 텐데요. 신라와 동남아시아가 어떤 식으로든 교류가 있었다는 말씀인데요, 유추할 만한 것이 또 있을까요?”

“신라가 삼국통일 직후인 7세기 후반에, 서 있는 불상에 편단우견상(偏袒右肩像, 왼쪽 어깨만 가사를 두르고 오른쪽 어깨는 드러내는 상)이 일시에 나타났다가 사라집니다. 신라 불상의 주류는 통견(通肩, 양어깨 모두 가사를 두름)입니다. 중국도 편단우견은 드물고, 우리나라 편단우견상은 중국과는 양식이 다릅니다. 이 양식의 불상이 동남아시아, 특히 말레이시아에도 있어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이후 경주로 이어지던 바닷길은 거침없는 길이 됐다. 그래서 강희정 교수가 주목하는 인물은 ‘장보고’다.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정리하려 하는데, 한마디 던진다. 

“나무로 만든 가장 오래된 부처님(木佛, 목불)이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베트남 하노이 박물관에 가시면 볼 수 있습니다.”

4~5세기 즈음 조성된 부처님이란다. 강희정 교수는 귀하지만 아주 작은 침향에서, 부처님 모습에서 동남아시아와 우리나라 간의 해양 교류사를 찾고 있다. 아쉽게도 바닷길 실크로드는 다음 책에서 다뤄질 예정이란다.   

 

사진. 유동영

 

난처한 동양미술 이야기 3

『난처한 동양미술 이야기』 3은 동서 교역의 주 무대였던 실크로드에서 출발한다. 실크로드는 동양과 서양, 유목 민족과 정착민, 세계와 세계가 끝없이 충돌하는 땅이었다. 상인의 부를 향한 욕망, 구법승의 구원을 바란 열망은 실크로드 미술을 만든 원동력이었다. 실크로드 미술은 어떤 시대, 어느 지역의 미술보다 역동적이었고, 동서양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쳤다. 이제 그 광대하고 변화무쌍한 미술을 발견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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