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은 우주에 가득 차 있는 것입니다. 그 누구의 것도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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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禪)은 우주에 가득 차 있는 것입니다. 그 누구의 것도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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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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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식 탐방/서울 세곡동 법수선원 조실 성수 스님

1923년 경남 울산서 출생하였으며, 1944년 천성산 조계암에서 성암(性庵)스님을 은사로 득도 하였다. 정선 갈래사(현재의 정암사)와 한백산 원효대사터, 해인총림(조실;효봉스님)등 제방 선원에서 안거하였다. 조계사, 범어사, 해인사 주지. 1981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총무원장 을 역임하였다. 현재 조계종 원로회의 의원, 서울 세곡동 법수선원 조실로서 함양군 안의면 황석산 아래 토굴에서 정진중이다. 저서로<불문보감(佛門寶鑑)>.<불문열반법어>,<선문보감 >,<나는 어데로>등 다수가 있다.

지리산 자락의 웅장한 기운이 남아 있는 듯 황석산 아랫마을인 황대마을엔 웬지 모를 서기 (瑞氣)가 서리서리 감돌고 있었다. 산수화처럼 아름다운 풍광 속에 자리한 마을, 그 명징한 마을분위기에 걸맞게 인심도 고왔다.

토굴 입구의 고목나무가 매우 인상적이다. 고목나무에 핀 눈꽃이 장관이다. 큰스님께서 피워 내신 설화인 듯... 성수 큰스님은 조립식으로 지안 법당에서 십여 명의 대중(보살님 10분, 처 사님 2분)과 함께 입선 중이셨다. 입선이 끝날 때까지 역시 조립식으로 지어진 요사채에서 기다리는데 알 수 없는 감동이 일었다. 75세의 노구를 이끌고 동안거 결제에 들어 대중을 지도하시는 스님, 그 청정수행의 가풍을 엿볼 수 있는 청복(淸福)을 누림에 기꺼워했다.

스님, 이곳에 오시게 된 특별한 동기라도 있으십니까?

"70이 넘게 살아온 나를 돌아보니 스스로 부끄러워서 산 속에 찾아들었습니다. '세상사 다 잊고 한번 멋지게 내 걱정이나 실컷 해보자'는 생각으로 몸이 오기는 왔는데 3년이 다 되도 록 내 걱정할 겨를이 없었어요. 이 산골가지 하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서 여태껏 남의 걱 정 하느라 바쁩니다. '이 늙은 중아, 장(奬) 값도 못하고 80평생 뭐 했느냐'하고 한 방 호통 치는 사지새끼가 찾아오면 한바탕 춤을 추고 싶은데, 오라는 사자새끼는 안 오고 늙은 할매 들만 자꾸 찾아와서 조르니 쫓아낼 수도 없고...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스님도 대중들도 똑같이 생활하신다고 들었습니다만.

"사실 말은 늙은 할매라고 했지만 그 노인들이 내 스승이에요. 80이 넘은 분도 셋이나 되는 데, 그 나이 많은 분들이 용맹정진하고 있으니 고맙기도 하고 장하기도 합니다. 도를 알고 모르고는 차치하고 그 정성과 성의가 대단합니다. 내가 하루종일 땅에 등 붙이는 일 없이 정진할 수 있는 것도 다 저 노인들 덕분입니다. 오늘 살다 내일 죽더라도 하는 척하다가 오 도독오도독한 도(道)의 맛을 알고 가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보통 노인분들에게는 염불공덕을 지으라고 하는데, 스님께선 염불보다 참선을 강조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禪)은 우주에 가득차 있는 것입니다. 이 위대한 선은 석가 것도아니고 가섭 것도 아니고 중생것도 아닙니다. 오직 눈뜬 장부의 재산입니다. 이 재산은 자물쇠를 잠가놓지 않아도 훔 쳐 가는 이 없고, 우주법계에 가득 차 있어도 보는 이가 흔치 않습니다. 선은 익히는 것도 아니고 연습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직 한 생각에 있는 것입니다.

실로 선을 모르고 사는 삶은 스스로의 생명을 죽이는 자살죄를 범하는 것이에요. 선을 알고 살면 생사가 따로 없다는 진리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선은 생명을 살리는 길입니다. 선은 한 마디로 누가 일러줄 수 없는 자오자득(自悟自得)의 무가보(無價寶)입니다.

흔히들 화두를 주고 받는데 화두를 타서 견성하는 이가 있다면 내 목을 내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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