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명장면] 복종하지 않는 사람, 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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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명장면] 복종하지 않는 사람, 붓다
  • 성재헌
  • 승인 2018.12.2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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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굴하게 복종하지 않는 사람, 붓다

성 안 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오대산의 문수보살께서 무착 선사에게 하신 말씀이다. 열이면 열 모두 지당하다며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그러나 이 말씀의 지당함에도 예외가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그 목적이 삿되면 아무리 온화한 표정을 짓고 고운 말씨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해도 끝내 부처님께 올리는 참된 공양이 될 수 없고, 계율과 선정과 지혜와 해탈과 해탈지견의 향기를 풍길 수 없기 때문이다. 겉만 화려하고 속 내가 시커멓다면 똥오줌을 가득 담은 화병이랑 무엇이 다르겠는가?

온화한 표정이 증명사진처럼 흔들리지 않고, 살랑살랑 늘 봄바람처럼 말하는 사람이 있다. 타인으로 하여금 경계심을 풀고 마음을 열게 하는 방법으로 이보다 좋은 수단도 없으니,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을 가진 이가 이런 덕성을 소유했다면 아마 발군의 역량을 발휘할 것이다. 하지만 수단이 좋다고 곧 훌륭한 사람인 것은 아니다. 개중에 는 양의 탈을 쓴 늑대들도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낯빛이 온화하다고 마냥 칭찬할 것도 아니고, 말씨가 부드럽다고 마냥 신뢰할 것도 아니다.

아름다운 미소가 자신의 탐욕과 분노를 극복한 결과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개중에는 부와 명예를 향해 돌진하는 자들의 아양 떠는 시늉인 경우도 있으니, 보살의 미소와 아첨꾼의 미소는 반드시 구별되어야 할 것이다. 부드러운 말씨가 타인의 탐욕과 분노를 덜어주기 위한 의도라면 얼마나 좋을까? 개중에는 대동강 물도 프리미엄 붙여 팔아 먹을 자들의 공치사인 경우도 있으니, 보살의 변재와 사기꾼의 달변은 반드시 구별되어야 할 것이다.

겉모습만으로는 쉽게 구분하기 힘든 아첨꾼과 사기꾼은 부처님 제자 중에도 여럿 있었다. 그대표적인 인물이 데바닷따이다. 『십송률』 제36권 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부처님의 사촌동생인 데바닷따는 인물도 재력도 신체적인 능력도 출중한 자였다. 많은 이들의 부러움 속에서 출가한 그는 처음 12년 동안은 순수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착실히 수행하였 다.하지만 세월이 가면서 ‘높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데바닷따는 신들의 세계를 맘대로 오가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자가 되 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래야 세상으로부터 존경받기 때문이었다. 데바닷따는 부처님을 찾아가 신통력을 얻는 방법을 여쭈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부드러운 말씨로 데바닷따에게 권유하셨다.

“단념하라. 신통력을 얻어 무엇에 쓰겠느냐? 모든 것이 무상하고, 모든 것이 괴로움이고, 모든 것이 공하고, 모든 것이 나도 나의 것도 아님을 관찰하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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