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많은 세계 절반의 목소리들
상태바
수심많은 세계 절반의 목소리들
  • 관리자
  • 승인 2007.09.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삶의 여성학

"하늘 에는 별도 많고 이내 가슴에는 수심도 많다. 쾌지나 칭칭나네...." 중국 화이로에 지구촌의 여러 지역에서 구름떼같이 모여든 각양각색의 여선 엔지오(NGO)들을 보면서 문득 우리나라 민요가락이 떠올랐다. 정말 그랬다. 사리를 치렁치렁하게 두른 여성, 머리에 터번을 두른 여성, 중국 오지의 소수민족 의상을 입은 여성, 아라비아의 공주차림을 한 중동여성들, 화려한 무늬가 찬란한 고유의상을 입은 아프리카 여성들, 한복, 기모노, 차이나 복을 입은 여성들, 하얗고 노랗고 검은 피부색깔을 한 크고, 작고, 뚱뚱하고, 깡마른 여성들, 그리고 그들이 쓰는 다양한 언어와 다양한 종교의 신자들 등. 나라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언어, 생김새도 다른 세계의 모든 여성들이 '여성, 여자'라는 공통점 하나로 다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이들 여성들은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가슴에 수심이 많은 사람들이었고 각자 자기 나라 여성들의 수심을 한 보따리씩 싸들고 모인 사람들이었다. 이 여성들은 피부도 다르고 말도 다르지만 어쩌면 그렇게 모두 같은 문제, 같은 수심꺼리를 가슴에 안고 있는지 참으로 놀라웠다. 수많은 여성문제를 내어 놓고 자기 나라의 여성현실과 경험을 이야기하며 함께 걱정하는 토론장은 우리가 다같은 여자라는 느낌으로 가득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들 각 나라의 여성들은 교육에서, 가족 안에서, 사회에서 사람으로 똑같이 대접받지 못하고 살아왔음을 이야기 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도처에서 많은 여성들이 비인간적이고 부당한 현실을 살고 있다는 사실에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하늘의 절반을 이고 사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살고 있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이 세상을 걱정하고 세계의 미래를 염려하며, 함께 머리를 맞대고 서로 도우면서 여성의 지혜를 모아 보다 행복한 인류의 장래를 이어 가고자 하는 원대한 꿈을 실현하려고 모인 사람들이었다.

각 토의장마다 가지각색의 이야기가 많았다. 지참금을 적게 가져왔다고 시집식구에게 매맞고 죽임을 당해야 하는 인도여자의 이야기에서부터 불결하고 성억압적인 할례로 아직까지도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이슬람교 여성과 이스라엘, 아프리카 여성들의 이야기, 한많은 일본 종군 위안부에 대한 우리나라 여성들의 거센 항의와 분노에 찬 고발, 독립을 호소하는 티베트 여성들의 이야기, 여성 노인과 가난한 여성들의 비참한 이야기, 동성애 여성들의 자기 권리 주장, 가정폭력과 성폭력의 사례들, 각 종교인에서 여성들이 차별받고 소외되는 이야기, 환경 운동이야기, 여성의 정치세력화 이야기 등등 쌓이고 쌓인 수많은 이야기들이 수백 개의 토의장에서 한숨과 분노와 눈물이 섞여 쏟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장애를 넘기 위해 고개를 오르는 힘든 작업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인상적인 것중의 하나는 피로하고 지친 여성들을 위해 어떤 종교 텐트는 꽃과 화분과 명상음악으로 실내를 꾸미고 휴식을 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조용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장소와 분위기를 만들고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다. 또 간단한 운동과 호흡, 안마 등으로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치료봉사를 하는 곳이 있어서 누구나 원하는 사람은 이용할 수 있었다. 필자는 인도네시아 설치 미술가가 숲 속에 만들어 놓은 곳에서 (줄에 그림이 그려진 작은 대나무 조각이 줄줄 달려 있는) 그 나라 여성들이 하는 기체조 비슷한 것을 따라 하면서 마음을 쉬어보는 기회를 가져보았다. 조용한 음악에 맞추어 서서 손발 동작을 하는 것이었는데 따라 해보았더니 참선하는 것처럼 마음이 가라 앉고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말이 안 통해도 서로가 서로를 걱정해 주고 안아 주는 여성적인 분위기 속에서 무언가를 잘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은 그 자체로서 무척 아름답게 느껴졌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