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오돈수(頓悟頓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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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오돈수(頓悟頓修)
  • 관리자
  • 승인 2007.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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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그늘 7/, 성철 스님

성철 스님은 그 많은 선서(禪書)와 선사(禪師)의 어록(語錄) 중에서 특히 육조 혜능(慧能)의 단경(壇經)을 좋아하셨다. 스님을 만난 처음 무렵은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다. 한국 선가(禪家)에서는 대대로 육조단경과 선문염송(禪門염松)을 마치 선(禪)의 교과서처럼 금과옥조(金科玉條)를 삼아왔기 때문에 스님도 그래서려니 하였다.

그러나 차츰 스님을 만나는 기회가 잦으면서 내 생각이 전혀 안이한 생각임을 알게 되었다. 만날 때마다 육조단경의 내용이 자주 화제가 되었고, 그 때마다 스님의 육조단경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알게 되었다. 뒤에 돈황본(敦煌本)의 번역을 구술(口述)하여 출판한 것으로도 그러한 스님의 관심을 알 수 있다.

그 때, 나는 시자(侍者)스님이 녹음을 풀어서 정리한 원고를 스님께서 보내와 감히 교정을 겸해서 통독(通讀)할 기회를 가졌다. 통독을 하면서 내가 주의를 기울인 점은 스님이 평소에 하신 이야기와 어긋나는 점은 없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스님께서 나에게 원고를 보내신 뜻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스님에게서 들었던 육조단경의 내용에 관한 이야기들이 전과는 달리 아주 모호했다. 들은 당시는 분명했던 것이 막상 되살리려고 하니 오리무중이었다. 그러니 스님의 의도는 차치하고 내 뜻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말았다. 다행히 스님의 거센 사투리와 좋지 않은 녹음상태임에도 원고가 잘 정리된 탓으로 두어 군데를 제외하고는 내가 할 구실이 없었다.

모호한 기억을 더듬어서 지금 생각해도 그 때나 지금이나 스님이 육조단경을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육조단경이 설하는 돈오돈수(頓悟頓修) 때문이고 돈오돈수를 좋아하는 것은 스님이 엘리트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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