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정등화(岸樹井藤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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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정등화(岸樹井藤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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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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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그늘 6, 성철 스님

불교정화 무렵, 참선공부를 하는 수좌(首座)들 사이에는 해제가 되면 여러곳의 눈 밝은 선사(禪師)를 찾아 다니면서 자기의 수행을 점검받고 법을 묻는 일이 성행하였다. 그 때,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린 화두 중 하나가 '안수정등(岸樹井藤)'이라고 하는 화두(話頭)였다. 이 화두는 대부분의 화두가 중국에서 이루어진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 선가(禪家)에서 태어난 순수한국산화두(國産話頭)이다.

안수정등이라고 하는 말이 최초로 쓰이기는 저 유명한 중국의 삼장법사(三藏法師) 현장(玄裝)의 전기(傳記)인 대당대자은사삼장법사전(大唐大慈恩寺三藏 안수정등이라고 하는 말이 최초로 쓰이기는 저 유명한 중국의 삼장법사(三藏法師傳)이 아닌가 한다. 이 전기 9권에 보면 "현장은 항상 이몸을 생각하기를 뭇 인연이 임시로 합해져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순간순간이 무상(無常)하다. 비록 안수정등(岸樹井藤)으로써도 위태롭고 나약해서 짝할 수 없다."고 한데서 비롯된 것이 아니가, 과분한 탓인지 모르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 전기에서 안수정등이라고 하는 말이 쓰이고는 있으나 중국의 선가에서는 이 말을 그대로 화두로 쓰지는 않는 것 같다. 다만 이 안수정등의 화두를 낳은 비유설화(譬喩說話)에 등장하는 "두마리 쥐가 등나무를 침범할 때는 어떻게 합니까?"라는 물음이 조정겸추록(祖庭鉗鎚錄)이나 선문염송(禪門捻頌)등에 보이는 것이 고작이 아닌가 한다.

각설(却說)하고, 현장의 전기에서 인명(人命)의 위태로움을 비유하고 있는 안수정등의 안수(岸樹) 즉 '강기슭의 나무'란 본래 대반열반경 1권에서 "이 몸은 마치 험준한 강기슭에 위태롭게 서 있는 큰 나무와 같아서 무너지기 쉽다. 폭풍을 만나면 반드시 쓰러지기 때문이다."고 설한 말씀에서 나왔다. 이 비유를 중국에서는 흔히 하유(河喩)라고 말한다. 이 '하유'역시 화두로 쓰인 흔적을 아직 찾지 못하였다.

그리고 정등(井藤) 즉 '우물속의 등나무'에 관해서는 두 가지 기록이 전해지고 있는데 그 두 가지 기록을 소개하기로 한다. 그것은 안수정등에 관한 이야기는 많으나 이 화두의 근거가 되는 출전(出典)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으므로 소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다. 그 하나는 빈두로돌라사위우타연왕설법경(賓頭盧突羅 爲優陀延王說法經)이다. 경의 제목이 말해주듯이 우타연왕을 위하여 빈두로돌라사 존자(尊者)는 이렇게 설한다.

"대왕이여, 옛날 어떤 사람이 광야(廣野)를 헤매고 있었습니다. [그 때] 크고 사나운 코끼리를 만나 쫒기게 되었습니다. 미친 듯이 달렸으나 의지할 곳이 없었습니다. [때마침] 언덕 위에 있는 우물을 발견한 [그는] 곧 [우물속으로 드리워진] 나무 뿌리를 잡고 우물속으로 들어가 숨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매달려 있는] 나무 뿌리를 흰 쥐와 검은 쥐가 [번갈아 가며] 이빨로 갉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물의 네 벽에는 네 마리 독사가 있는데 그 사람을 물려고 합니다. 또 이 우물 밑에는 큰 독룡(毒龍)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옆에 있는 네 마리 독사와 아래 있는 독룡이 무서워서 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매달려 있는 나무 뿌리는 [뽑힐 듯이] 흔들리고 [그 때] 나무에 매달려 있는 벌집에서 꿀 세 방울이 그의 입속으로 떨어졌습니다. 그 때 나무가 움직여 벌집을 무너뜨렸습니다. 벌들이 날아와서 그 사람을 쏘았습니다. [그런데 또] 들에 불이 일어나 [그가 매달려 있는] 나무를 태웠습니다. -중략-

대왕이여, 광야는 생사(生死)를 비유하며 그 남자는 범부(凡夫)를 비유하며 코끼리는 무상(無常)을 비유하며 언덕위의 우물은 사람의 몸을, 나무 뿌리는 사람의 목숨을 비유합니다. 흰 쥐와 검은 쥐는 밤과 낮을 비유하고 [그 쥐들이] 니무 뿌리를 갉는 것은 [사람의 목숨이]순간순간 줄어드는 것을 비유합니다. 네 마리 독사는 사대(四大)를, 꿈은 오욕(五欲)을 비유하며 [그를 쏜] 뭇 벌들은 나쁜 생각과 견해(見解)를 비유한 것입니다. 또 들불(野火)이 타는 것은 늙음을 비유하고 아래 있는 독룡은 죽음을 비유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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