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명법문]안성 칠장사 주지 지강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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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명법문]안성 칠장사 주지 지강 스님
  • 김우진
  • 승인 2017.07.0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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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자비보시를 실천합시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제가 안성시 칠현산 기슭 칠장사 주지로 부임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강산도 한 번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이지요. 수행하고 공부하며 선승으로 여기저기 옮겨 다니던 시절이 몹시 그리워질 만큼 기도도량 전통사찰의 주지는 매우 바쁩니다. 기도도 기도려니와 편히 잠 한번 잘 시간도 부족한 숨 가쁜 일정으로 일 없이 편한 날이 없습니다. 몸이 게으른 것이 타고난 천성인지라 바쁜 일정을 따라잡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대과오大過誤 없이 강산이 변할 만큼 세월이 흘러갔으니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옛 선사의 말씀을 실감합니다. 

 

지강 스님 / 사진 : 최배문

|    나눔의 포교, 자비보시

제가 난생 처음 팔자에 없을 줄 알았던 주지로 부름을 받고 돌이켜보건데, 정체성의 혼돈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비단 저뿐만이 아니라 모든 도반의 고민이기도 하겠지만, 중생이 없는 부처님은 존재할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기도와 포교의 양립과 절충에 대한 고민이 한동안 지속되었습니다. 

마땅한 영감靈感이 없었습니다. 주지 초임 시절, 저는 출가자의 초심으로 돌아가 오로지 기도에 정진하며 무상無常으로 전념하였습니다. 쉼 없이 수행과 기도를 하면서 칠장사의 오랜 역사 속 자비실천의 천년대선사千年大禪師 혜소 국사(慧炤國師, 972-1054)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혜소 국사의 보시포교의 숭고한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칠장사 인근 대중들과 크고 작은 고락을 함께 나누며, 생활 속의 작은 보시를 조금씩 실천해 나갔습니다. 

처음에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도록, 무명보시를 방침으로 보시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무명보시가 능사가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틈나는 대로 보시의 내용과 취지를 신도들에게 상세히 공개했습니다. 대중들로 하여금 나눔과 소통 문화를 확산시키려 했습니다. 또한 그러한 계기를 통하여 일념과 부처님 자비실천사상의 포교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서원했습니다.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단순 지식과 상식 수준으로 세상을 대하다가는 비웃음거리가 되고 말겠다.’ 생각했습니다. 오직 쉽고도 어려운 자비실천 수행만이 현재의 시대와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유일무이한 처방이라는 지혜를 새삼 깨닫게 되었죠. ‘비움으로 행복해진다’는 생각으로 욕심을 내려놓고 공수래공수거의 소신으로 삶을 살았습니다. ‘내려놓음’을 통해 어느덧 부처님 혜안慧眼이 곳곳에 펼쳐짐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최소한 칠장사가 있는 안성시에서만큼은 많은 이들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자는 나눔의 릴레이를 펼치고 있습니다. 나눔의 릴레이가 생활 속에 소리 없이 파고들었습니다. 마치 경쟁하듯 대중들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보시포교의 가치는 나·소·향(나누고 소통하여 향기로운 세상을 만들자) 운동으로 자리했습니다. 그 10년 결실이 대중 속으로 열병처럼 전파되고 있습니다. 스스로 부처님이 되었다는 자긍심이 저마다 생기니 이전보다 훨씬 많은 사부대중이 더욱 자주 도량에 찾아들고 있습니다. 더욱 빠듯한 살림을 해야만 하는 절간 식구들의 이해와 솔선수범하는 배려의 결실이라 아니 할 수 없죠. 넉넉지 못하지만 곳간과 주머니를 모두 털어 찾아가는 나눔의 포교만이 부처님의 소명에 상통하는 유일무이한 통로라 확신하고 매일매일 간절히 수행하며 발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부대중과 함께 지난 십여 년간 십시일반 모은 불전 전액을 소외된 복지 사각지대와 미래의 불국토를 위하여 나누며 소통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소신이랄까요. 입시기도로 들어온 보시는 학생을 위하여 사용하고, 제사비용은 복지와 대중을 위하여 사용하는 등 보시로 들어오는 금액을 지역사회로 다시 보시합니다. 

매년 초파일과 시월 중순 혜소 국사 다례재를 기하여 때마다 희망 나눔의 쌀을 안성시에 전달해온 것을 비롯해 동절기에는 독거노인 난방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역식당에 나눔 밥상 급식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어르신들에게 점심 공양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10여 명의 중·고·대학생을 선발하여 장학금을 전달하고, 시민장학재단에 기부하며 미래를 짊어질 부처님을 후원합니다. 하나원을 통하여 새터민의 정착을 도우며, 지역사회의 어려운 가정을 위하여 꾸준히 자비보시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모든 일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중독이 되는 모양입니다. 곳간이 거덜 나는 줄도 모르고 일단 주머니를 털어 어디든 보시를 전달하고 나면 앞뒤 생각할 겨를도 없이 행복해집니다. 갈 길은 오직 하나라는 생각으로 미련맞도록 걸어왔습니다. 나눔의 포교, 자비보시를 이어왔습니다. 그 복력으로 칠장사를 찾아오는 많은 사부대중들이 나·소·향 운동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보시포교가 실천되고 있음에 고마움의 절을 합니다. 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열심히 부처님 전에 감사의 공양물을 올리고 있습니다. 
 

|    성숙한 불자와 미래 사회 지도자

인간사 모두 다 곳간을 개방하여 나누고 소통하면 세상은 향기롭고 행복해지는 것이 필연일 것입니다. 몇몇 선진국이라 칭하는 나라를 들여다보면 소위 가진 자들의 통 큰 기부가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요? 우연히 보게 된 뉴스에서 우리의 민낯이 속속들이 드러납니다. 예를 들자면, 억대의 외제 승용차를 구매하는 고객들이 고작 3만 원의 기부를 주저해 박봉의 영업사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기부금을 대납해주는 통탄스런 현실이 보도되었습니다. 

최소한 외제 고가 승용차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이런저런 성공을 하였을 것이기에 사회지도층 반열의 마음가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도덕적 의식과 윤리적 품격을 갖춘 사회지도층이 되어야 할 터입니다. 남들에게 손가락질당하며 비싼 외제차 타봐야 인생사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깨달아야 합니다. 

권력을 교체하고 재벌을 개혁한다 하여 세상은 절대로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개개인의 마음이 변해야 합니다. 자비보시의 대열이 넘쳐나야만 세상은 교체되었다 할 것입니다. 

세상은 변했습니다. 자비보시와 나눔에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타인을 위하여 기부를 하거나 도움을 주는 것에 인색해 말고,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선행을 베푸는 이들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내야 합니다. 그들이야 말로 진정한 사회지도층입니다.

물질풍요의 세상입니다.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불행한 사람이 늘어나는 세상입니다. 정신적 피폐와 빈곤이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세상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자비보시를 실천하는 새롭고 수많은 사회지도층의 탄생이 세상을 변화시킬 대안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이제 행동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부처님의 말씀이라도 행하지 않으면 헛것입니다. 우리 불자들이 자비보시에 앞장서고, 또 불교가 앞장서서 새로운 미래시대 사회지도층의 대열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국민 모두가 너나 할 것 없이 더불어 행복해지도록 이웃에 나눔을 실천합시다. 우리부터 자비보시의 사회지도층으로 거듭나야만 진정한 불국토를 현실로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몸소 실천하고 개혁하는 불자가 되어야 모두 함께 행복해지는 향기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여러분 모두 부처님 자비수행을 실천하는 불자로 정진하시길 바라며,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법문. 지강 스님

안성 칠장사 주지. 1975년 출가해 곡성 태안사와 성륜사, 화성 용주사 중앙선원 등에서 안거했다. 안성불교사암연합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안성경찰서 경승실장, 안성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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