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과 함께 한 식물 그리고 동물] 연蓮과 사자獅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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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과 함께 한 식물 그리고 동물] 연蓮과 사자獅子
  • 심재관
  • 승인 2017.06.1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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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蓮

‘물에 젖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숫타니파타』 속의 「코뿔소경經」은 옛사람이 직접 필사筆寫하여 남긴 경전들 가운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것들 중 하나다. 거의 이천 년 전에 남겨진 경전 속에서 수행자의 덕목은 연꽃에 비유되고 있다. 연蓮은 표면을 미세하게 덮고 있는 수많은 솜털 때문에 꿀이나 진흙에도 젖지 않는다. 세속의 번뇌에 물들지 않는 수행자의 모습이 곧 연꽃의 모양이다.

연蓮은 불교사 전체를 통틀어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식물이며, 불교의 이념과 실천을 상징적으로 잘 대변하는 식물이다. 기원 전후에 등장했을 것으로 보이는 『나선비구경那先比丘經』의 대화 속에서 나가세나 스님은 연꽃의 모습을 빌어 수행자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다시 말한다. 밀린다Milinda 왕에게 나가세나Nāgasena 존자는 이렇게 말한다.

“왕이시여, 비록 연꽃이 물에서 나고 물에서 자랐지만, 연꽃은 물에 젖지 않습니다. 그처럼 수행을 통해 자신을 갈고 닦은 비구는, 자신이 받은 공양물에 집착하거나 자신이 얻은 추종자나 명성 등에 의해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왕이시여, 이것이 우리가 가져야 하는 연꽃의 첫 번째 덕목입니다.” 그리고 나가세나 스님은 연꽃이 수면 위로 우뚝 올라오는 모습을, 미세한 바람에도 진동하는 연꽃의 모습을 말한다. 이는 세속의 욕망으로부터 벗어난 수행자, 사소한 잘못도 매우 경계하는 수행자의 자세를 연꽃에 빗댄 것이다.

그렇지만, 의외로 초기 불교경전에서 연꽃에 대한 비유나 묘사가 생각만큼 그렇게 풍부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그 비유나 상징이 완전히 불교적으로 해석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불교적으로 해석된 연꽃보다 불교 이전의 대중들이 가지고 있었던 연꽃의 의미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을 것이다.

인도의 연꽃이 보여주는 가장 오랜 된 상징은 신성한 창조와 탄생이다. 연꽃은 아주 일찍부터 인도에서 ‘물의 결정체(태아)’였다. 리그베다R.gveda에서는 연꽃을 물의 고갱이(apām garbham)라고 불렀다. 마치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아이의 씨가 자라듯, 연못에서 자라는 연꽃을 표현하고 있다. 깊은 물속에서 마치 탯줄을 연상시키는 긴 연꽃줄기를 타고 올라와 아이가 탄생하듯 탐스러운 꽃을 피운다. 그런데, 이 탄생은 신성하고 초월적인 어떤 것이다. 어두운 혼돈의 물 밖으로 솟아올라온 것이기 때문이다. 데오가르Deogarh의 비슈누 사원에 표현된 창조신 브라흐마Brahmā의 모습은 고대 인도의 종교에서 연꽃이 상징하는 바를 잘 보여준다. 창조신 브라흐마는 비슈누가 잠들어 있는 어두운 심연의 바다에서 솟구쳐 오른 연꽃 위에서 탄생한다.

신성함과 초월성을 암시하는 연꽃의 상징은 불교에서도 매우 강력하다. 이 상징에 주목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초기 불상부터 등장하는(아마도 3세기 전후부터) 연화좌蓮花座의 의미를 제대로 해석하기 힘들 것이다. 비교적 불상 조성의 초기에 등장하는 불상의 연화좌는 삼존불 양식 등에서 주로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이 양식과 함께 대승불교의 불타관이 변화하는 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마치 힌두교의 표현처럼, 불상의 연화좌는 비교적 많은 꽃잎을 매단 채로 약간 높이 솟아오른다. 그리고 그 위에 부처님이 마치 초월적인 신처럼 앉아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 시기 주변에 등장하는 불상들은 연화좌를 하고 있는데, 그것은 부처님의 신격화를 시도하고자 했던 당대의 표현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곧 대승의 일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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