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화두들 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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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화두들 Ⅲ
  • 관리자
  • 승인 2007.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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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의 선수행

신부는 나귀타고 시어머니는 고삐를 끄네 Ⅱ

지난 호에ㅅ는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의 무심(無心)한 선적(禪的)경계에 대해서만 언급했으나 정말로 며느리가 시부모님을 진심으로 극진히 봉양할 수 있도록 하게 하는 데에는 역시 아들의 진지한 노력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즉, 아들이 '처가와 변소간은 멀수록 좋다!'라고 하는 옛말을 과거의 잘못된 전근대적인 관습으로 돌리고 사랑하는 아내를 고이 길러 시집보내신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친부모님처럼 보시고자 하는 마음 가짐을 가지고 평소에 살아간다면 아내는 남편의 그 진심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하며 더욱 극진히 시부모님을 모시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요즈음은 아들 딸 구별하지 않고 하나나 둘을 낳아 기르는 것이 젊은 부부들 사이에 보편화 되어 있기 때문에 신부기려아가견(新婦騎驢阿家牽)의 정신이 더욱 절실해져가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 정신을 잘 살린다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문제들은 대립의 관계가 아닌 상호 협력의 관계를 통해 보다 원만히 해결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조계종 총무원과 선학원

한편 요즈음 뜻있는 불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는 조계종 총무원(總務院)과 선학원(禪學院)과의 분쟁도 이런 차원에서 화합하는 가운데 이루어져야만 하리라 생각된다. 내가 보기에 개혁에 뜻을 둔 총무원 스님들이 우선은 종단 내에 더 시급한 일들이 많이 산재해 있는데도 일제 시대때 불교의 항일운동의 보루였고 해방 후에는 정화운동의 산실이었으며 근대한국불교의 정신적 요람이었던 사단법인 선학원과 정관 개정을 둘러싸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기사를 접하면서 그저 한심할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문제도 앞의 화두처럼 총무원이니 선학원이니를 떠나 서로 기꺼운 마음으로 화합할 때 매듭은 저절로 풀리리라 확신한다. 요즈음 정부를 보라. 세계화니 어떠니 하면서도 정부기관은 안 썩은 데가 없으니 이러고도 세계화가 제대로 추진될 수 있겠는가! 내 견해로는 아직은 총무원 내부의 개혁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되며 이렇게 할 때 오히려 선학원과의 문제도 더 빨리 그리고 보다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참고로 조계종 사찰의 경영합리와 차원에서 평소에 내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스님들의 노후 문제라고 생각된다. 그 보기로 십여 년 전에 알게된 한 스님의 이야기를 들기로 하겠다.

그 당시 이 스님은 50대 후반이셨는데 젊어서 선방생활을 십수 년 하시다가 이 절 저 절 주지로 다니셨는데 그러다보니 제자들도 별로 길러내지 못하셨고 이제는 지금 계신 절의 주지직을 물러나면 마땅히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주지를 맡고 있는 현재의 사찰과 가까운 시내에 (신도들이 시주한 돈으로) 개인 명의의 포교당을 하나 지어서 은퇴한 후 그곳에서 소일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좀 한심한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나 한편 그분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당시의 총무원의 상황으로 보아 주지직을 그만두면 정말 오갈 때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측은한 생각이 들면서 하루 빨리 제도 개혁을 하여 제자리를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한편 천주교에서는 신부님들이 정년이 되셔서 본당 신부직(불교에서는 주지직)을 은퇴하시게 되어도 소속 교구나 수도회를 통해 노후가 철저히 보장돼 있다고 한다. 은퇴 후 세상을 뜨시는 날까지도 신부로서의 신분은 계속 유지하면서 신자와 후배 신부들로부터 꾸준히 존경받으면서 기도와 봉사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체계가 잘 잡혀있는 것이다.

이번 호부터는 수행일지(修行日誌)는 생략하고 내가 종달 노사께 입실해 점검받았던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화두들'을 계속해서 소개하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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