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육왕탑이 있는 천관 보살 주석처 -장흥 천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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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육왕탑이 있는 천관 보살 주석처 -장흥 천관산
  • 관리자
  • 승인 2007.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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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밀국토를 찾아서, 장흥군 천관산 지역

"동남방에 한곳이 있어 이름이 지제산(支提山)이다. 예로부터 여러 보살이 그곳에 주석하는데 현재도 보살이 있으니 이름이 천관(天冠)이다. 이 보살은 대중일천 인과 더불어 그곳에서 법을 설하니라." - 화엄경 보살주처품 제32

"아육왕이 밤에 귀신을 시켜 칠보의 가루로 8만 4천 보탑을 만들고 야사 존자에게 명하여 손가락을 펴서 8만 4천 갈래에 방광하게 하고 날랜 귀신을 부려서 한 고아 명씩 따라가서 그 광명이 다다른 땅에 한날 한시에 탑을 세우라 하니…(중략)…그 탑이 진단국에 있는 것도 열아홉이니 우리나라에도 전란도 천관산과 강원도 금강산에 이 탑이 있어서 영험한 일이 계시니라." - 석보상절 제 24.(石田 李丙疇 譯)

천관산 일명 지제산에 대해 기록한 두 가지 문헌의 내용이다. 화엄경에는 우리나라에 보살이 주석하고 있는 곳을 두 군데 지적하고 있다. 첫 번째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법기 보살의 주석처 금강산이요 두 번째가 이곳 장흥의 천관산이다. 우연하게도 석보상절에는 이 두 곳을 아육왕탑이 모셔진 곳으로 다시 꼽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인지도 모른다. 아득한 겁 이전부터 마땅히 보살이 머물면서 법을 설할 만한 곳은 이곳이었고, 부처님의 멸도 후 아육왕이 탑을 세우고자 할 때도 방광하는 빛이 보살 주석처를 향했던 것이다.

바위가 정말 귀신이 쌓아 놓은 탑처럼 수려하게 생겼을지, 아니면 그저 천연의 기암 정도에 머무는 것인지 직접 확인하고픈 마음에 가볍게 가슴 설레며 장흥으로 향했다. 남녘은 동백이 이제 꽃망울을 머금고 건들면 툭 터질 듯이 부풀었는데, 그중 하나 둘 제 성미를 이기지 못한 꽃들은 미리 벙그러져 오는 사람을 마중하고 있었다.

장흥에서 관산, 대덕 쪽으로 향하는 버스는 버스 가득 갯내음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늦은 저녁을 방촌의 천관산 입구에서 먹고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 오르기 시작했다. 마침 묵었던 민박집이 이 고장 토박이 위(魏)씨 댁이어서 천관산에 얽힌 정보를 숙지할 수 있었다.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장천재(長川齋)가 나왔다. 조선 정조 때 실학자 존재(存齋) 위백규(魏伯珪) 선생이 학문을 연마하던 곳이다. 존재 선생은 이곳에서 태어나 줄곧 이곳에 머물며 독특한 현실비판의식을 담은 저술활동으로 「존재집」22권을 써냈다. 이 중에 감여서인 「지제지」를 통해 천관산에 대한 세세한 모습을 담고 있는데 산중의 사찰과 사지(寺址), 바위, 계곡 등에 대해 실학자다운 고찰을 보이고 있다.

장천재에서도 길은 새 갈래로 나뉘는데 왼쪽 능선 길을 타고 올랐다. 앞산에 가려 실제 천관산 봉우리가 보이지 않더니 올라갈수록 뚜렷한 윤곽의 산 정상 능선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곳곳에 서있는 바위들이 야외 조각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해발 723미터,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온 소백의 산무리들이 이어 달리다가 마지막 바다를 앞에 두고 우뚝 솟아 이 천관산을 이룬 것이다. 그래서 오르다 보면 넓은 간석지와 장흥반도 좌우로 깊이 들어온 바다가 산발치에서 넘실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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