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만행(보살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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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만행(보살만행)
  • 관리자
  • 승인 2007.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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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36 ,원효성사

뱀복 이 부하들 중에는 무술에 능한 자가 많았으므로 필히 피를 보고야 말 것 같은 험악한 분위기로 화하였다.

이들의 하는 짓을 말 위에 앉아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대각간 유신 장군은 칼을 빼어들어 신호를 한다. 유신 장군의 군령에 따라 기마병은 곧 출동하여 황룡사 승려들과 거지떼와의 중간으로 돌입하였다. 기마병이 밀어닥치자 두 패는 완전히 갈라진다.

“나는 대각간 김유신이오. 남의 장례 행렬을 방해하는 것은 법에 어긋난 행동이니 스님들은 속히 물러나시오.”

일이 이쯤 되자 황룡사 승려들은 낭패하여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승려들이라 하여도 대각간 유신 장군의 명을 거역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잠시 말 위의 유신 장군은 뱀복이와 원효를 번갈아 내려다보았다. 남루한 옷에 머리를 기른 원효였지만 도인답고 장부다운 기상은 여전하였다. 뱀복이는 유신 장군을 향하여 고개를 숙였다. 고맙다는 표시였다.

뱀복이는 원효에게 속삭인다.

“여기루 온 것은 우리 어머니에게 가섭불 연좌석을 보여드리려던 것이었는데 뜻밖에 이렇게 애로에 부딪쳐서 시간을 끌었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는 것이 좋을 듯 하고만.”

그는 다시 부하들에게 말하기를 “자, 이제 그만 돌아가자.”

장례 행렬은 오던 길로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미시초각(未時初刻)에 만선리를 나선 행렬은 두 시간 남짓 걸려서 황룡사 근처까지 왔다가 신시중각(辛時中刻)에 다시 산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행렬은 서라벌을 벗어나자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일행이 뱀복이를 따라 활리산(活理山) 동쪽 기슭에 닿았을 때는 벌써 유시(酉時)가 되었다. 일행이 모두 도착함을 기다려 뱀복이는 부하들을 둘러보며 말한다.

“그 동안 나를 따르느라 수고가 많았다. 나는 다른 세상에서 할 일이 많아 이제 우리 어머니 모시고 먼저 떠나야겠다. 내가 평소 말했듯이 너희는 원효스님 의지하여 남은 목숨을 나라에 바치고 수행하는데 전력하여라.”

말을 마치자 여기 저기서 웅성거리더니 한 부하가 말한다.

“성자(聖者)님, 몽매한 저희만 두고 가시면 어이 합니까? 세세생생에 성자님을 따라다니기로 맹세하였고 또 성자님께서 접수하여 주셨지 않습니까.”

뱀복이는 냉엄한 얼굴로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내가 언제 너희를 버린다더냐? 다만 할 일이 많으므로 앞서 간다는 것이야. 내가 없는 사이 혹 너희가 게을러질까 하여 원효스님을 모셔온 거다. 원효스님과 나는 과거 가섭여래에게 발심 출가형 동수도반이 된 사이이니 나를 보고 섶거든 원효스님을 보고 나를 따르로저 하거든 원효스님을 섬겨라. 원효스님은 과거 여러 생을 너희의 길잡이가 되셨더니라.”

이렇게 자상하게 설명해 주자 부하들은 숙연해져서 잠잠히 끓어 앉아 있었다.

뱀복이는 다시 원효를 돌아보며, “여기 모인 대중은 나보다도 자네와 더 인연이 깊다네. 저버리지 말고 잘 가르치게나. 다 충신이 되고 도인이 될 분(分)이 있는 선근종자(善根種子)들일세. 내세에는 어디서 만날까? 자네도 어지간히 보살행이 익었으니 이제는 일생보처(一生補處)가 되겠구먼. 그럼 내 먼저 가서 가섭여래 모시고 있을 터이니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로 오게나. 자, 가네. 잘 지내소.”

원효는 처음 뱀복이를 만나서 지금 헤어지는 시각까지 뱀복이에게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뱀복이는 원효의 대답을 기다리는 말을 하지 않았고 원효도 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던 것이다. 말하자면 뱀복이는 순전히 일방적인 경기를 한 것이라고나 할까?

뱀복이는 다시 자기 어머니를 어깨에 메고는 원효를 돌아보며 흰 이를 드러내어 씨익 웃는다. 평소에 찬 서릿발이 감돌도록 냉엄하기 짝이 없는 얼굴만을 보아온 뱀복이를 부하들은 이를 드러내며 웃는 모습을 보자 모두들 마음속으로, ‘아니, 성자님이 웃으신다….’ 이렇게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원효도 뱀복이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잠시 서로 웃음으로 작별인사를 대신한 다음 뱀복이는 삼십여 걸음 앞으로 나아가더니 그 자리데 우뚝 선다.

이어 대중 쪽으로 몸을 돌려 큰 소리로 임종게(臨終偈)를 읊는다.

“往昔釋迦牟尼佛 婆羅樹間入涅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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