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가 온 산에서 불붙는 듯 하더니 어느덧 산골짜기에는 분홍빛 철쭉이 무리지어 피어난다. 봄을 느껴볼 겨를도 없이 여름이 닥친 듯 연두색 산빛이 진초록으로 바뀌어가니 인간사가 빨라지듯 계절도 빨라지는가 보다.
도로에서 바라다 보면 논둑이나 산밑자락에 안개같이 피어나던 조팝나무 흰 꽃이나 노란색 민들레도 벌써 다 지고 국도변 산길가에는 병꽃, 철쭉과 애기똥풀꽃이 지천으로 깔려있다.
지난 호에서 강릉 굴산사지로 취재갔을 때만해도 대관령 북쪽 사면에 아직도 잔설이 남아있었는데 한 달여 사이로 이토록 날이 무더워졌단 말인가.
그러나 겨울부터 시작된 가뭄이 지금까지 해갈되지 않아 산하대지는 흡족한 강우를 그 푸르름으로 열망하고 있었다. 서울에서는 맑았던 하늘이 고속도로를 타고 남행할수록 점차 흐려져오자 동행한 사진기자는 은근히 날씨 걱정이 되는 듯하다. 허나 비를 기다리는 농촌 사람들의 마음이야 얼마나 간절하랴. 이러한 때는 비가오시는날이 온 사람과 온 국토에 축복이되는 날이니 빗속의 답사와 안개 속의 사찰풍경도 기쁨속에 맞이해야만 할 터이다. 영국사는 초행길인지라 고속도로에서 영동을 빠져나가 무주쪽으로 향해가면서 몇번이나 지도를 확인 하기도 하고 묻기도 하면서 길을 더듬어 나아갔다.
길 왼쪽으로 장관을 이룬 바위산이 우뚝 하늘로 솟아있어 저절로 감탄사를 연발하는데 바로 영국사 표지판이 길섶에 나타난다. 명산에 명찰이 깃든다 하더니 역시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빼어난 바위산-삼각산,도봉산,수락산,운악산 등-에자리한 절들이 대개의 경우 조망이 좋기는 해도 너른 터를 확보하지 못하여 감싸안은 듯한 편안함을 주지는 못함으로 주차장에서 바위 협곡을 걸어오르며 영국사도 역시 그러한 사찰이려니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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