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을 할 거나, 자연에 취해볼 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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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을 할 거나, 자연에 취해볼 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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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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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 - 공주 장군산 영평사(永平寺)

글· 양동민

고속도로를 벗어나 한적한 국도를 따라 새봄을 맞으러 가는 길, 성급한 마음은 이미 화사한 꽃대궐을 지어놓았으나 동장군은 쉽게 자리를 내어주려 하지 않는다. 투명한 봄햇살을 시샘하듯 연신 차디찬 입김을 불어대고, 간밤엔 심심한 산자락에 꽃망울 대신 소금을 치듯 흰눈을 흩뿌려놓았다.

공주시 장기면의 나지막한 장군산(將軍山) 기슭에 위치한 영평사(永平寺)는 ‘영원한 평화가 깃든, 불멸의 행복을 선사하는 절’이라는 이름처럼 아늑하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장군산은 산세는 작지만 풍수적으로는 금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역룡(逆龍)이라 하여 기운이 세찬 명당이라 불린다. 이 지역에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들어선다고 하니 우연은 아닌 듯하다.

영평사는 주지 환성(幻惺) 스님의 원력과 20여 년의 불사를 통해 전통사찰로서의 옛 가람을 회복한 사찰이다. 일주문을 지나 오르면 다른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넓은 잔디마당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고, 좌우로 적묵당(寂默堂)과 설선당(說禪堂)이 배치되어 있다.

정면 위로는 대웅전과 그 옆에 33척 높이의 아미타대석불이 절을 굽어보고 있다. 대웅전 맞은 편 산자락에는 삼명선원(三明禪院)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참선 수행하며 용맹정진하는 곳이다.

적묵당 왼편으로 장군산을 오르는 초입엔 할머니들이 가장 탐내는 물건이 있다. 100여 개의 항아리들이 행렬을 이루고 있는 장독은 보는 것만으로도 풍요롭다. 영평사의 장류는 전통 재래식 방법으로 담가진다. 100% 국내산 콩과 태양초 고추, 아홉 번 구운 죽염으로 빚은 후 일체의 방부제와 조미료 등을 첨가하지 않고 항아리에 담가 자연 숙성시킨다. 빛깔 고운 고추장을 듬뿍 넣고 나물에 쓱쓱 비벼먹은 저녁공양은 순식간에 그릇을 다 비우고도 마지막 숟가락 놓기에 무척이나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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