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엽서 한장에 담고 싶었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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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엽서 한장에 담고 싶었던 진실
  • 관리자
  • 승인 2007.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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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메모

8․15 이전까지의 내 나이 스무살고개, 그 시절엔 연년(延年) 세세(歲世)라는 나날이 어떤 시간 으로서 감촉되기보다는 순간 순간이 앞뒤 없는 충만으로 쌓이었던 삶의 축복이어서, 만목청산(滿目靑山)! 눈 앞에 전개되던 사계절과 고향 땅 산천의 아름다움은 어델 가나 ꡐ꽃지면 겨울이듯 벗ꡑ 그 한 사람을 기리는 뜻이거나 마음을 충동시켜 주었다.

그렇다면 나에게 우편 ․카드. 그때나 이 때나 내가 부르길 좋아하는 저 엽서에 글을 닦아서 담아낼만한 진실. 그런 것들이다시 도처(到處)에 만날 수 있어서 벗 기리는 즐거움을 서로 나눴거나 기쁨을 누릴수 있었다는 이야기로 제3자격인 독자들께선 뒤집어 생각할 법하다.

그러나 우리가 철들면서 자라나던 스무살 고개. 1930년대에서 40년대 초반까지의 저 암흑은 너무나 깊고 아득한 슬픔과 오욕의 터널이었다. 42년 초봄. 저들 일제의 우리말 말살정책에 항거하여 주로 전주사범 재학생 가운데 몇몇이 주동이 된7인 멤버인 별 동인지 사건. 이들의 절반은 이미 45년 문턱에 이르기 이전에 모진 형고(刑苦)를 치루게 되었고 나 역시도 8․15를 맞으면서 그들이 올가맨 감옥에서 풀려 나왔다.

우리가 우리말로 우리의 글을 쓰는 자유마저도 제한 받고 있었던 그때에 일어(日語) 쓰기를 거부하던 몇몇 지기(知己)들 사이에 오고가던 글월.

더구나 반 이상 노출된 공개장과 다름이 없는 우편 엽서에 어떻게 자기들만의 비밀인 일념(一念)을 마치 활짝 핀 꽃 한떨기 모양으로 그리거나 적어서 표현할 길이 있었겠는가.

우리는 이렇게 8․15와 더불어 스무살 고개를 넘긴 상처 많은 노병(老兵)이로되 거의 날개와 쭉지를 잃었거나 꺾이면서도 각자의 길, 고독한 일념만은 간직하면서 살아온 70대이자 이 나라 이 땅의 지식인이면서 그 전체 구성원 가운데의 한사람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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