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시심
가을이 성큼 다가온 듯 한낮에는 햇볕이 따갑다가도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서늘하다. 하기야 입추(立秋)가 지난 지도 꽤 되었으니 가을은 이제 분명히 다가온 것이다.
일년 사철 중 어느 계절이나 마찬가지지만 가을은 유난히도 변화가 두드러진 계절이다. 오곡이 무르익어 고개 숙인 황금빛 들판, 코스모스 들국화 등 꽃의 향연을 펼치는 가을의 언덕, 불타는 듯 온 산을 물들이는 단풍의 물결,
그리고 한없이 높고 푸른 가을 하늘과 일년 중 가장 맑고 깨끗한 가을 달, 가을에만 볼 수 있는 이들 풍경으로 하여 정녕 가을은 계절의 귀공자라 할 수 있으리라.
이 중에도 가을 달은 유난히도 맑고 깨끗하여 가을 정치의 상징적 존재라 할만하다. 그러기에 사철의 풍경 중, 고금 동서의 많은 시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것도 가을 달이었다.
보라, 달이 떠오르는 것을/ 동쪽에서 떠오르는 은빛 둥근 달/ 지붕 위에서 아름답게 비치는 유령 같은 달/ 거대하고 과묵한 달(휘트먼).
우리는 옛 달을 못 보았으되/ 저 달은 옛 사람 비치었으리/ 그제나 이제나 사람은 흐르는 물/ 하지만 함께 달을 봄이 이와 같으니( 이태백 ).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 이 놀던 달아/ 저기 저기 저 달 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 옥도끼로 찍어내고 금도끼로 다듬어서 / 초가삼간 집을 짓고 /양친 부모 모셔다가 / 천년만년 살고지고(한국민요).
저 달은 하나건만 두 곳을 비추이네/ 우리 둘은 천리나 떨어져 있으니/ 밤마다 달빛을 따라 임의 곳으로 갈거나(삼의당 김씨).
내 마음 베어내어 저 달을 만들고 / 구만리 장천에 번듯이 걸려 있어/ 고운 님 계시온 데 비취어나 보리라(정철).
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취니/ 밤중의 광명이 너만한 이 또 있느냐 / 보고도 말 아니하니 내 멋인가 하노라(윤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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