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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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
  • 관리자
  • 승인 2007.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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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그늘/ 금오(金烏)스님

  아내가 볼멘소리로 “내가 바보인 것을 이제야 알았어요. 내가 무엇을 사든 내 마음 대로라구요. 내가 벌어서 내가 사는데 무슨 참견이에요. 그것보다도 당신이 나에게 사준 것이 무엇이 있어요. 돈벌이가 신통치 않아서 아무 것도 사주지 못하면서 참견은 웬 참견이에요.”

  남편 “말 말라고. 월부를 갚은 것만으로도 숨이 차다고. 당신이 잘 알지 않는가. 알면은 돈을 절약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내 “그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그러는 당신은 왜 매일 밤 비싼 술을 마시지요.” 

  남편 “‥‥ ” 

  아내 “왜 말이 없지요 그것 보세요. 당신이야말로 아무 말 못하지 않아요.”

  나는 이들 부부가 장군멍군하면서 조금도 양보하지 않는 말다툼을 들으면서 예기치 않은 요즈음 젊은 부부들의 생활상을 목격한 듯했다. 신혼 때의 그 부지런하고 화목하던 모습은 어느 새 사라지고 서로 상대방의 단점을 들추어내서 다투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아, 이들도 생활에 지쳤구나.’ 하는 탄식이 저절로 나왔다.

  옛말에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했지만 할 말이 없었다. 이러다가 이들이 이혼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부질없는 걱정까지 했다.

  이혼이 잦은 세태 때문이겠지만, 이혼은 생각조차 하지 않으리라 믿기 때문에 나의 생각이 경망스럽다고 자책하면서 오늘, 차라리 실컷 다투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상책이다 싶었다. 그래서 실컷 장군멍군하고 나면 가슴 속 응어리가 풀려서 새롭게 사랑이 움트고 화력을 되찾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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