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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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
  • 서헌강
  • 승인 2016.09.0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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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끼는 깃발 사이로 수많은 군중들이 구릉과 구릉을 에워쌌다. 어느 이가 와서 정표가 있는 가죽 목걸이를 목에 걸어주었다.

참 묘하고 큰 꿈을 꾼 것이다. 꿈 장면이 너무나 선명했다. 그 꿈은 어제 저녁 무렵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걸려온 전화와 겹쳐졌다. “촬영 장비 챙겨서 내일 일찍 익산 미륵사지로 올 것.” 짧은 통화였지만 시급하고 긴요한 일이 생긴 것이다. 아침에 도착한 곳은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발굴을 진행하고 있는 익산 미륵사지 현장. 꿈속에서 본 장면이 떠올랐다. 사진가에게 이런 현상은 우연이면서 필연이기도 하다. 석탑 심주석 상판을 드는 순간 십자 먹선과 석회로 밀봉한 사리공이 1370년 만에 세상의 공기와 만난다. 사람들의 탄성이 들렸다. 밀봉되어 있던 사리장엄들이 공기와 접촉하면서 약간의 변화를 보이기 시작하자 긴급하게 발굴이 시작됐다. 3일 동안 쉼 없이 수습했다. 사리호와 봉영기를 비롯해 19종 684점. 북받치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날 밤 강렬했던 꿈속의 장면은 바로 미륵사지 사리봉안식 풍경이었다. 내가 그 현장을 기록했던 사진가였다는 것, 필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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