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 번 나를 버리고, 3천 번 부처마음으로 일어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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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 번 나를 버리고, 3천 번 부처마음으로 일어서라
  • 불광출판사
  • 승인 2015.01.2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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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쯤 일찍 도착했다. 어둠이 내린 토요일 저녁의 길상사는 고요했다. 텅 빈 마당을 가로지를 때에는 발자국 소리가 크게 울렸다. 불이 켜진 극락전에는 아직 두세 사람뿐이었다. 삼배를 올리고 난 뒤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극락전 왼쪽 벽에 법정 스님의 진영이 모셔져 있다. 그림 속 스님의 눈빛이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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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한번 끝까지 해보십시오”
저만치서 마당을 지나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두런두런 주고받는 말소리에 귀가 향한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면서 왔어요.”라는 말이었다. 처음 동참하는 모양이다. 함께 온 이가 그를 안내했다. 준비해온 공양물을 꺼내 불단에 올리는 모습이 정성스럽다. ‘ㄷ’자 형태의 극락전 가득히 좌복이 깔리고 하나둘씩 좌복의 주인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50명은 족히 되어 보였다.

8시 30분. 철야정진을 이끄는 불력회佛力會 회장 덕암 박종린 법사가 어간 옆에 짐을 내려놓는다. 10여 년 전과 조금도 다름없이 단단한 모습이다. 도반들과 함께 철야정진에 동참할 때마다 감탄해 마지않았던, 마지막까지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그 모습 그대로다. 동국대 역경위원으로 30년 넘게 일하며 15년 가까이 매주 토요일마다 동국대 정각원, 길상사, 화계사 등에서 염불절 철야정진을 이끌어 온 그다.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이 광화문에서 단식을 할 때에는 한 달 동안 광화문 거리에 좌복을 펼치고 밤을 지새워 3천배를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목탁을 든 그의 인례에 따라 한글예불대참회문 독송이 시작된다.

“대자비로 중생들을 어여삐 보셔/ 대희대사 베푸시어 제도하시고/ 수승하온 지혜덕상 장엄하시니/ 저희들이 정성 다해 예배합니다.” 

예불문을 독송하고 부처님 명호마다 절하며 예불이 이어졌다. 대부분의 동참자들은 절이 익숙한 듯했다. 예불문을 마친 후 잠시 주어진 휴식시간에 박종린 법사가 다가와 물었다.

“기자님은 오늘 어떻게 하십니까? 앞부분만 보고 가시나요, 아니면 끝까지 계실 건가요?”

솔직히 3천배를 채울 자신은 없었다. 3천배를 한 지 10년이 넘은 데다, 최근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108배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몸이 뜻대로 따라줄 리가 만무했다. 있는 그대로 답을 했다.

“하는 데까지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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