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 지고 또 피고 지는 생명에 대한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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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 지고 또 피고 지는 생명에 대한 사색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6.0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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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가 황란

“황란의 작품은 공예와 미의 개념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킬 수 있게 한다. 그녀의 작품은 감각적 즐거움을 충족시키고 이를 통해 예술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힘을 느끼게 해준다. 이 지점은 리자 루, 프레드 토마셀리, 엘 안나수이와 유사하다. 이들은 편집증적인 수준의 작업과정을 통해 평범했던 재료들을 미적으로 재배치하고 거기에서 오는 아름다움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 미술평론가 엘레노어 허트니Eleanor Heartney, 
‘황란-일상적인 것의 변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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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성적이지만 손재주가 좋았던 아이
여기 매화나무 한 그루가 있다. 굵은 가지를 타고 올라온 봉오리마다 붉은 꽃이 만발했다. 나무의 뿌리는 부처의 머리다. 부처는 눈·코·입과 같은 구체적인 형상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선 고운 전형적인 한국 불상의 모습이다. 그러나 불상은 다리 끝부터 흩어져 사라지는 중이다. 소멸이다. 다른 작품의 불상들 역시 마찬가지다. 기이한 아이디어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다소 파격적인 이 작품을 만든 주인공은 미국에서 활동 중인 황란 작가다. 꽤나 긴 시간을 기다린 끝에 서울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아버지께서 아주 신심 깊은 불자세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매주 절에 다녔죠. 찬불가를 부르면서 노래를 잘한다는 소리도 제법 들었어요. 제가 미술을 업으로 삼게 된 건 아버지 영향이 커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께서 사군자 치는 모습을 자주 보고 자랐거든요. 옆에서 먹 가는 것도 도와드리고 먹으로 장난도 많이 쳤죠. 미술재료와 가깝게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그 길을 택하게 된 거예요.”
고향은 부산이다. 부산 여자는 기가 세다고들 하지만, 정작 그는 지극히 내성적인 성격이라 어릴 적엔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고 외로움을 일찍 배웠다. 유년시절에 변화가 생긴 건 손재주 덕이다. 혼자서 종이인형을 만들고 옷 갈아입히기 같은 놀이를 즐겼고, 그런 모습을 신기하게 봤던 친구들이 조금씩 다가왔다. 그 과정에서 그는 패션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말한다.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면 아마도 패션디자인을 했을 거라면서.
중앙대학교 회화과에 진학한 이후에는 회화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작품을 하던 시절엔 여타의 작가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아티스트에 지나지 않았다. 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풍경화나 보기 좋은 작품들에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자기만의 작품세계는 뒷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나만의 것, 내 작품이 하고 싶어졌다.
“그땐 이미 서른이 훌쩍 넘은 뒤였어요. 많이 망설였죠. 하지만 도전이 필요했어요. 두 눈 질끈 감고 떠나기로 했죠. 파리로 갈 것이냐, 뉴욕으로 갈 것이냐. 결정이 쉽지 않더라고요. 두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성향이 많이 다르거든요. 결국 고민 끝에 뉴욕을 선택했어요. 새로운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끓어올랐으니까요.”
가난한 유학생에게 뉴욕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학교를 다니다 잠시 쉬고 돈을 벌어 다시 다니는 일이 반복됐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일생일대의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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