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불교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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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불교의 외침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6.0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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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 국사의 『권수정혜결사문』

| 한국불교의 얼굴로 삼을 만한 명작
광주에서 화순을 거쳐 벌교로 내려가는 국도와 나의 출가 본사인 송광사의 초입에도 수령이 제법 되었을 법한 벚나무가 많이 가꿔져 있다. 이 벚꽃이 피었다 지고나면 하루가 다르게 산의 빛깔이 달라지고 큰절에서는 봄철의 가장 큰 불사인 보조 국사(1158~1210)의 종재를 모시는 준비로 분주해진다. 보조 국사와 16국사를 모신 국사전은 평소에는 개방하지 않다가 종재일이 다가오면 문을 활짝 열어 묵은 공기를 밀어내고 대청소를 한다. 내가 출가하던 당시만 해도 이 청소는 행자들의 몫이었다. 
출가 첫해의 봄이었을까? 청소를 마친 우리들은 초에 불을 붙이고 향을 한 대 사르고 합동으로 죽비삼배를 올렸다. 그러자 빨간 불꽃이 사그라들며 피워올린 하얀 연기가 보조 국사 진영의 가슴 위로 한 줄기 선을 그으며 천장까지 곱게도 올라갔다. ‘산의 정기를 한 몸에 담고 계신 것 같은 이 분은 어떤 삶을 사셨던 것일까?’ 그 의문을 품은 지도 이제 어언 30여년이 흘렀고, 지난 학기에 나는 「수선사 연구」라는 논문을 썼다. 
‘고전산책’에 한국불교의 얼굴로 삼을 만한 명작으로 보조지눌 스님의 『권수정혜결사문』을 주저 없이 떠올린 것도 나에게는 당연한 일일 것이다. 보조 국사는 ‘정혜결사’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 결사의 선언문이 이 책의 내용이다. 따라서 결사문에는 결사의 취지가 담겨 있고, 이것을 통해 결사의 이념과 통시대적인 가치를 드러내어 한국불교의 발전에 지침을 삼을 수 있는 것이다. 

| 선교일치를 통한 본래불교·수심불교로서의 ‘결사’
보조 국사는 황해도 서흥 태생이다. 성은 정씨, 자호는 목우자牧牛子, 시호는 불일보조, 탑호는 감로다. 예부터 전해오는 많은 스님들의 이야기처럼 보조 국사도 잦은 병치레가 출가의 기연으로 작용했다. 어려서부터 병약하여 영험하다는 의원들을 찾아다녔지만 효험이 없었다고 한다. 스님은 8세에 출가(혹은 16세라는 설도 있다)하였고 25세(1182)에 승과에 합격하였다. 개성 보제사에서 열린 담선법회談禪法會에서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있어 결사를 기약하였다.
보조 국사는 보제사에서의 결의 후에 팔공산 거조사에서 결사문을 지었다. 결사문은 총 1만여 자에 이르는 장문의 저술이다. 경전의 구성방식인 서분-정종분-유통분으로도 나눠볼 수 있는데, 결사의 취지를 담은 머리글과 일곱 개의 질의응답 형식으로 결사의 이론적 배경을 담고있는 본문에 이어 결사의 발원과 경위 및 간행의 내역을 끝부분에 담고 있다. 
43세(1200)에 송광산 길상사로 옮겨 결사문을 반포한 이후 48세(1205)에 중창불사의 낙성과 함께 조정으로부터 조계산 수선사修禪社라는 사액賜額이 내려졌다. 이 시기에 수선사의 청규淸規라고 할 『계초심학인문』을 지어 결사체 내에서의 수행과 범행의 규범을 제시하였다. 「비문」에 전하는 스님의 사상은 성적등지惺寂等持·원돈신해圓頓信解·간화경절看話徑截의 삼문구조로 보는데, 성적등지는 『결사문』과 『수심결』, 원돈신해는 『원돈성불론』과 『화엄론절요』, 간화경절은 『간화결의론』에서, 그리고 삼문의 통합체계는 『절요사기』에서 각각 설해지고 있다.
보조 국사의 수선사 성립시기를 중심으로 하여 고려사회의 변천과정은 무신집권기→대몽항쟁기→원간섭기→여말선초기 등으로 시기를 구분할 수 있다. 특히 무신난으로 고려 귀족사회가 붕괴되면서 불교는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고, 중앙집권세력의 비호를 받던 교종 중심의 불교는 지방호족과 무신의 부상에 힘입어 선종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이 같은 시대상황 속에서 새로운 불교상의 정립은 시급한 과제였고, 불교혁신의 전기가 요구되는 시점이었다. 보조 국사가 착안한 것은 선교일치를 통한 본래불교·수심불교로서의 ‘결사’였다. 이것은 보조 국사가 염원한 순수불교의 발흥이자 종교운동의 귀착지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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